美경기 우려 여전…9월이 한고비(상보)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09.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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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하겠지만 근본적 해결책 아니다 견해" 우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금리 인하 시사 연설에도 불구,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 관련 컨퍼런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앞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지원책과 함께 금융시장 불안을 일단락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불러모았다. 미 주식시장 역시 즉각 반등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원투펀치’의 위력은 급감했다. 오히려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금리 인하의 실효성은 미미할 것이며 결국 금융시장 불안 역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금리인하 실효성 '글쎄'
금리 인하를 앞두고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지만 대세는 비관론쪽으로 기우는 듯 하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금리 인하가 서브프라임 사태 충격을 완화시켜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보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거품과 부실 채권으로 심화된 시장 왜곡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FRB가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지금의 사태를 야기해 놓고 뒤늦게 억지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힐난하고 있다.

FRB로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답답하긴 마찬가지. 직접적인 금융시장 개입을 극히 제한하고 있는 현 은행시스템 성격상 FRB의 선택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도 FRB가 제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책 중 하나이다. 이에 FRB가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체적으로 월가에선 FRB가 오는 18일 정책 회의를 통해 현 5.25%인 기준금리를 5% 이하로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은 심각한 위기 아니다?
그나마 아직 심각한 위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사이자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총재인 악셀 베버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에 금융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불능력도 충분하고 유동성 위기도 아니지만 시장이 지레 겁을 집어먹고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시장이 '오버'하고 있다는 견해다. 그러나 원인이 외부에 있다는 점이 오히려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에 베버 총재는 금융시장 불안이 은행시스템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를 직접 통제할 방법이 없어 은행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달이 서브프라임 한고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신용 위기는 이달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특히 그간 미뤄져왔던 거래의 타결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FT는 서브프라임 부실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연기되거나 답보상태인 거래의 규모만 5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달은 여름 휴가를 마친 뱅커들이 현업에 속속 현업에 복귀하는 전통적인 인수합병(M&A) 성수기. 이에 따라 이달 금융시장 환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높은 변동성이 유지될 경우, 새로운 특수가 창출될 가능성까지 있다. 결국 이번 한달을 제대로 넘기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신용경색 우려와의 승패도 좌우될 수 있다.

짧게는 이번주 발표되는 ISM지수와 베이지북, 실업률 등 경제지표 등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업률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연결된 주택시장 동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특히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펀더멘털 변수에서 크게 기대할 만한 게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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