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만병통치약 아니다-NYT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09.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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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결정 앞두고 '갑론을박'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결정이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빚어진 금융시장 불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금리 인하가 서브프라임 사태 충격을 완화시켜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FRB가 잘못된 정책 결정을 통해 지금의 사태를 야기해 놓고 뒤늦게 억지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힐란하기까지 한다.

앞서 수년간 계속된 부동산 거품은 결국 금융시장에 대한 비수로 되돌아왔다. 거품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남은 것은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자들의 담보 처분 매물뿐이다.



신용 약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남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금은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고 여타 자금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가계 대출은 물론 기업 여신까지, 모든 돈줄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FRB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현 은행시스템의 성격상 직접적인 금융시장 개입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어 FRB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이에 FRB가 대책으로 금리 인하 카드를 제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FRB가 오는 18일 정책 회의를 통해 현 5.25%인 기준금리를 5% 이하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31일 밴 버냉키 FRB 의장 역시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 컨퍼런스을 통해 금리 인하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금리 인하를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미 남가주대학교 경영학 교수인 에드워드 E 리머는 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규모의 연방 기준금리 변동은 금융시장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이하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말이다.

향후 6주 동안 만기가 돼 돌아오는 상업 부채(commercial debt)의 규모는 1조여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 불안이 시작된 한달 전에 비해 무려 5배나 많은 액수다.



FRB측은 만기 부채 1억달러의 대부분이 서브프라임을 비롯한 모기지 대출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공교로운 시기에 만기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한 FRB 관계자는 큰 뱀이 돼지를 통째로 삼킨 꼴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결국 소화는 시키겠지만 많은 시간과 고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불어난 만기 부채도 마찬가지로 대형 은행들의 노력으로 대형 악재로 비화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한 은행들의 손실은 피할 수 없다.



FRB 정책을 오랜 기간 연구, 분석하고 있는 데이빗 헤일과 같은 사람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2개 독일 은행이 긴급 자금 수혈을 받았던 것을 주시해야 한다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존 B 테일러 역시 FRB가 2001~2006년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보다 중시했더라면 부동산 거품 현상의 상당 부분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FRB의 정책 결정 실패를 먼저 지적했다.

반면 FRB는 금리 인하가 시장 신뢰를 제고시켜 서브프라임 부실의 충격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나머지 대출 부실 사태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일대학의 로버트 J 실러도 FRB만을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실러는 대신 부동산 거품이 군중심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거품이 일기 전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부동산 가격이 두자리수 이상 상승할 것이란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고 이에 결국 오늘과 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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