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꼭 나쁘기만 한 걸까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7.08.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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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루디 돈부시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경기 확장 국면은 저절로 소멸되지 않고 모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죽였다" 1945년 이후 모든 경기 후퇴기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FRB의 금리 인상 행보 이후에 왔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예외가 있었다. 2001년 IT버블 붕괴 이후의 경기 후퇴기는 FRB의 금리 인상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FRB는 IT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후퇴기로 접어들자 오히려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FRB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정점에 달한 요즘도 2001년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최신호(23일자)를 통해 보도했다.

현재 상황은 FRB의 금리 정책이 인플레이션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IT버블 붕괴 때와 닮았다.



◇ 금리 인하 기대감은 두둥실

지금 세계 경제는 서브프라임 부실에서 시작된 신용위기가 소비심리 저하->제조업 위축->경기 후퇴로 진화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때문에 시장은 FRB가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 곧 금리까지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지난주 재할인율 인하 조치 후에는 이 같은 기대감이 더 커졌다.


하지만 28일(현지시간) 공개된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FRB의 중점 목표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라는 점이 확인된 후 실망감 때문에 주가는 막판 더 떨어졌다.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FRB가 경기 침체를 꼭 막아야만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같은 상황에서라면 돌 맞을 만한 물음이다.

이 주간지는 그러나 스스로 리스크를 즐긴 모기지 업체들과 투자자들의 모럴해저드를 FRB가 금리 인하로 구해야 할 명분 역시 크지 않으며 경기 후퇴가 필요악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 침체' 꼭 나쁘기만 한 걸까



이코노미스트의 문제 제기대로 경기 침체기(리세션)는 나쁘기만 한 걸까. 경제학자들은 리세션이 경기 순환기를 구성하는 한 국면이듯 필요한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확장 국면이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면 사람들은 FRB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정책을 조정할 것이란 믿음을 바탕으로 모럴해저드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이나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더 큰 리스크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인다.

최근 미국 주택시장과 모기지 위기는 이런 관점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지난 25년 동안 리세션이었던 기간이 5%에 불과했다. 그 전 25년 동안 리세션 기간이 22% 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짧다. 리세션은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를 일컫는다.

물론 세계 경제의 성숙에 그 원인을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가 시들해 질 것으로 보일 때마다 중앙은행이 개입해 아드레날린을 주사한 덕일 수도 있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최근 분위기도 아드레날린 주사를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금리를 낮춰 주택 잠재 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게 만들고 모기지 대출자들의 금융부담을 낮춰추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을 들여 리세션을 막는 것이 중앙은행의 본분은 아니다.



경기 후퇴기에는 실업률이 올라가고 임금과 기업 순익이 줄어 들고 부도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지만 순기능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기 후퇴를 겪으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효율성이 낮은 기업이 퇴출되는 것을 시장의 순기능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제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 없는 좀비 기업들이 일본 경제의 체질개선을 가로막았다.



경기 침체기를 거치면서 효율성을 제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유동성을 흥청망청 즐기면서 무분별하게 여신을 남발한 금융기관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다시 양적 완화 통화정책을 취해 돈을 빌리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줄 경우 더 병을 키워 수술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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