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2년간 추진한 '상장' 꿈 사실상 접어

송선옥 기자, 이학렬 기자 2007.08.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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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의 반대의 벽 못넘어..거래소 자존심 상처

증권선물거래소(KRX)가 정부당국의 반대의 벽을 넘지못하고 상장이라는 꿈을 사실상 접었다. 2005년 이영탁 이사장 취임때부터 경쟁력 강화방안의 하나로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방안이 마지막 정부와의 조율단계에서 좌절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이정환 KRX 경영지원본부장은 28일 KRX의 기업공개(IPO)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정부가 상장승인을 전제조건으로 거래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상장일정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IPO 추진 보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상장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의견에 부딛쳐 상장 생각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관측된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KRX의 상장시 시장감시 기능과 공익 기능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이를 KRX에서 분리할 것을 요구했었다.

KRX를 상장을 KRX 자체가 심의하고, 상장종목 KRX를 KRX가 감시한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상장주체가 상장객체가 될 수 있느냐는 논리로 보인다.



KRX노조와 증권산업노조도 이와 같은 논리에 동의, 주주이익을 최우선으로 실현한다는 명분 아래 공정기능이 퇴색되고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시장감시기능이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2005년 이영탁 이사장 취임 이후 IT 시스템 해외수출, 해외기업의 한국증시 상장등과 함께 , KRX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KRX는 이번 상장 보류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게 됐다. 상장 걸림돌이던 공익기금 배분 문제까지 마친 마당에 좌초돼 상실감이 더욱 큰 모습이다.

IT 시스템 수출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기업 3노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KRX 상장 외 다른 과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RX는 경쟁력 강화, 거래소 소유권 분산, 자금조달 용이, 의사결정의 합목적성 증대, 거래소 가치평가 및 유동성 제공 등의 이유로 상장을 추진해 왔다. 해외 거래소인 NYSE, Nasdaq, London SE, Osaka SE 등도 상장돼 있으며 다른 거래소 등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적이익을 마음껏 추구할 수 없는 공익적 마켓플레이스 성격의 KRX의 상장시도는 적지않은 여론벽에 부딛쳤다.KRX가 단일 거래소인데다 감시기능의 중립성, 거래소에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와의 이해관계, 수익모델 확보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KRX 상장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상장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라며 "KRX의 상장이 KRX 스스로나 회원사인 증권사의 힘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데도 증시 상장으로 인해 막대한 상장이익을 얻게되고 향후에도 그 몫을 보장받는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현재와 같은 독점적인 시장체제하에서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편 KRX가 상장을 보류함에 따라 그동안 상장차익과 M&A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증권상의 경우 상장차익이 상당했다"며 "기대감이 준 만큼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형사의 경우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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