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이 무서워' LP포기 증권사 속출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7.08.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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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 갭 확대로 거래 위축 유도…역할 포기에 비난 고조

코스피시장과 개별종목의 변동성 확대로 손실위험이 커지자 주식워런트증권(ELW) 의 유동성 공급자(LP)를 사실상 포기하는 증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굿모닝신한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ELW 선두주자들은 시장을 위축시킬 정도의 과도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변동성 증가에 따른 손실을 줄인다는 명목아래 매도잔량을 대폭 줄이고 호가간격을 급격히 확대하면서 거래자체를 위축시키는 등 사실상 LP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오후 2시현재 굿모닝신한증권의 '7184현대차콜ELW'는 매도 50주(370원), 매수 1만주(350원)의 잔량이 쌓여 있다. 또한 '7155한진해운콜ELW'도 매도잔량 100주(3465원), 매수잔량 1만주(3295원)의 주문만 나와 있다. 매도물량이 적고 호가간격이 커서 일반투자자들이 신규로 매매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LP의 행위에 일반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 투자사이트에는 이들의 행위를 비난하는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제가 전화해서 따졌습니다. LP가 거래활성화를 위해서 제대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야하는 것 아니냐니까 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매도호가제시 지금 하고 있다고합니다. 몇백주로 흉내만 내는거 아니냐고 하니까, 제시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합니다."(아이디 : 마담보바리)

변동성 확대로 ELW LP 역마진에 시달려
이같은 비난에 대해 권우석 굿모닝신한증권 차장은 "일반투자자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분간 매도잔량을 늘릴 계획이 없다"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이같은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차장은 또한 "이같은 방침은 비단 우리회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일반투자자들의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LP들이 호가간격 확대와 매도물량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사태로 코스피시장과 개별종목의 변동성 확대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부터다.
'변동성이 무서워' LP포기 증권사 속출


8월들어 기초자산의 변동성(일중 고가 및 저가의 괴리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LP들을 괴롭히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8월1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시장의 변동성은 2.41%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평균(1.42%)보다 0.99%포인트 확대됐다. 삼성전자도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8월 일중 변동성은 2.59%로 최근 3개월 평균(2.21%)보다 0.38%포인트 증가했다.


이같은 시장과 개별종목 변동성 확대는 ELW를 매도한 증권사에게 역마진의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변동성이 낮을 때 매도한 ELW를 확대된 상태에서 되사야 하기 때문에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다.이같은 역마진으로 ELW를 대량 발행했던 일부 증권사는 백억원대, 비교적 적극적으로 헷징에 나선 증권사는 수십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 DS부 윤혜경 과장은 "가령 LP가 삼성전자 콜 ELW를 100만원어치 팔 경우 여기에는 증권사의 예측변동성과 헷지 비용 등이 반영되는데 최근 변동성이 급증, 당초 팔았던 삼성전자 콜의 적정 가격이 100만원이 아니라 110만원이 돼 버리는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마(기초자산 등락에 따른 델타의 변화률)확대에 따른 손실도 잦아지고 있다. 즉 개별종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LP들이 델타헤징에 필요한 현물을 100% 매수하기 어려워 손실을 입게된다. 즉 기초자산의 변동성 확대로 델타 증가-> 포트폴리오의 부분 헤지->손실발생의 악순환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국내 증권사의 보수적 영업을 틈타 리먼브러더스증권이 ELW 시장점유율 1위(거래대금 기준)자리에 등극했다. 8월 시장점유율 38.94%로 1위를 차지했다(24일기준). 반면 6월 30.60%로 1위를 기록했던 굿모닝신한증권의 8월 시장점유율은 8.07%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우리투자증권도 올 2월 20.21%의 시장점유율이 8월들어서는 1.17%로 사실상 영업을 포기한 상태다.

이혜나 이사는 "지난해 11월 영업을 시작할때부터 국내 증권사보다 변동성을 낮게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헤지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며 "시장변동성이 확대된다고 LP의 고유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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