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기준가 "안맞다고 보면 맞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7.08.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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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기준가 오류 왜 되풀이되나]②해외펀드의 실상

-환율 기준가 회사별로 제각각
-인프라 빈약 하루 5번꼴 오류

 "해외펀드는 기준가 산정이 복잡하고 통일된 기준도 없어 항상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수탁사 입장에선 당연히 해외펀드 수탁받기를 꺼리죠."
 
은행의 수탁업무 담당자가 전한 말이다. 수탁회사는 펀드에 들어온 자금을 보관하는 곳으로, 총 13개 은행과 증권금융이 수탁업무를 하고 있다. 수탁사들은 펀드가격, 즉 기준가가 맞게 계산됐는지 재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무수탁사와 별개로 자금을 맡고 있는 수탁사도 기준가를 재산출해 오류 여부를 '이중 점검'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수탁사라고 해서 나은 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무수탁사보다 인력이 적어 계산과정이 복잡한 해외펀드 기준가에 대한 검증작업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수탁사, 기준가 산정 인력 태부족 =수탁회사 중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의 펀드 수탁액은 전체 262조1020억원(7월말 현재) 가운데 50조2760억원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한다. 국민은행의 펀드 기준가 전담인력은 총 6명이다. 후발주자인 증권금융도 국내 펀드를 위주로 19조1530억원을 맡고 있으며 6명의 인력이 기준가 점검을 담당한다. 사무수탁사 인력이 평균 4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해외펀드 수탁액은 46조원으로 지난해초 15조원에서 무려 200% 넘게 급증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파른 외형성장에 비해 기준가 산정을 위한 인프라나 인력은 향상된 것이 거의 없다. 해외펀드 설정이 많았던 올해 1분기 펀드기준가 오류 횟수는 248건으로 2분기 153건보다 많았다.



 한 수탁사 관계자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펀드가 급성장하다보니 후선에서 업무를 지원해야 할 `백오피스' 인력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처럼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법에 근거해 만든 역외펀드는 문제점이 더욱 많다. 펀드 수탁을 외국에 맡기는 데다 매매내역이나 기준가 등을 외국 운용사에서 받은 자료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

 한 시중은행 수탁업무 관계자는 "기준가와 관련된 모든 역외펀드 정보를 외국 운용사로부터 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1000분의5(0.5%)인 기준가격의 오류는 문제삼지 않는다. 국내에선 이보다 좀더 엄격히 적용, 1000분의3(0.3%)으로 제한하는데 대부분 오차 인정범위를 넘지 않는다는 게 수탁사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류의 빈도다. 에러빈도가 높을수록 그만큼 결정적인 실수가 발생할 확률도 커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가 오류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난해 2분기엔 총 300건의 기준가 오류 정정공시가 나왔다. 영업일수로 나누면 하루 평균 5개꼴이었다. 9000여개에 달하는 전체 펀드수에 비하면 하루 평균 0.05%에 불과하다고 수탁사들은 주장하지만 유효펀드수 등을 고려하면 더 높다.



사모펀드나 파생상품펀드 등을 제외하면 공모 주식형펀드는 2000여개고 이중에서도 실제 활동하는 유효펀드는 더 적다. 게다가 만성적으로 심각한 인력, 정보부족 현상을 고려하면 기준가 오류로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할 확률은 높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 6월 맥쿼리IMM자산운용의 `글로벌리츠펀드'에서 발생한 기준가 오류 사건의 경우 신규 투자금으로 들어온 돈을 맥쿼리IMM이 이익금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기준가가 3개월간 2% 넘게 부풀려져 있었다. 그런데 기준가를 점검해야 할 수탁회사인 씨티은행도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해 결국 88억원에 달하는 고객 손실이 발생했다.

◇공통된 회계기준 마련 시급=관련업계에선 공통된 회계처리 기준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규 증권금융 증권수탁실 부실장은 "해외펀드 기준가를 산정할 때 환율을 입력해야 되는데 회사마다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를테면 `서울 외국환중개소에서 사용하는 오후 3시30분 종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정한 것처럼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독기관과 자산운용협회도 통일된 기준을 명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를테면 계정과목에 외화예금을 따로 구분하는 곳이 있거나 과세기준과 과표기준 등 용어도 통일해 혼란을 방지한다는 것. 이중길 자산운용협회 산업지원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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