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카드 수수료 인하의 그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7.08.2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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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금융당국은 간이과세자에 속하는 자영업자 등 중소 가맹점들에 대해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수수료를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드사들은 "경영여건상 수수료 인하가 여의치 않지만, 영세 자영업자들만 대상으로 한다면 사회적 책무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간이과세자들은 연소득 4800만원 미만의 자영업자이니, 카드사들이 내세운 명분과도 맞는만큼 원만한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가맹점 분쟁이 이렇게 마무리되더라도 이면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우려입니다. 카드사들이 미다스의 손을 갖지 않는 한 수수료 인하로 축소된 수익은 어디에선가 만회해야 합니다.

이 점은 금융당국의 고민이기도 한데요, 별다른 방법이 없었는지 아예 고객서비스 축소를 명문화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드 고객에게 제공되는 각종 할인, 포인트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카드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이 누구인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카드사 경영진이라면 전체 고객 가운데, 가장 협상력이 약한 사람들의 서비스만 축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억원의 카드값을 내고 100만원 연회비를 지불하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서비스를 줄이는 것 보다는 알뜰 카드족에게 제공하던 주유할인과 무료영화를 줄이게 된다는 것이지요.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카드사에서 유일한 서민금융 상품이라고 볼 수 있는 체크카드입니다. 저신용자와 젊은이들이 즐겨 사용하는데 평균 이용액은 3만7000원꼴로, 신용카드(6만7000원)의 절반 가량입니다. 그간 할인혜택 등이 없다 최근 주유할인, 포인트적립 등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체크카드도 가맹점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면 이런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서민금융 대표기관인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에서도 조만간 체크카드를 발급할 예정인데, 시작부터 여건이 좋지 않게 됩니다.


가맹점과 카드사, 금융당국 모두 할 말이 많을 듯 합니다. 하지만 서민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만들어지는 정책이 정작 촛불밑의 그늘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영업자들이 대형 할인점보다 부담이 크다는 왜곡현상이 서민 소비자들에게 또다시 전가돼서는 곤란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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