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상장 좌초 위기… 노조 반대·당국 이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8.27 15:37
글자크기
당초 올 10월을 목표로 추진돼 온 증권선물거래소(KRX)의 자체 상장(IPO)이 당국, 노조 등과의 의견 충돌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당국이 KRX 상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당분간 자체상장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영탁 KRX 이사장은 '임기 중 KRX 자체상장'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27일 정부와 KRX에 따르면 당초 KRX는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위원회에서 '자체상장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안건에서 제외했다.

이광수 KRX 이사는 "자체상장 심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보고 안건이었지만,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안건에서 뺐다"고 말했다.



KRX 노조는 지난 24일 "KRX의 자체상장이 관치부활과 내부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며 'KRX 자체상장 반대' 투쟁에 돌입키로 결의했다.

노조 뿐 아니라 당국도 KRX 자체상장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KRX에 대한 상장심사권은 금감위가 쥐고 있어 당국과의 합의없이 KRX의 자체상장은 불가능하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KRX를 상대로 자체상장에 앞서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 대한 IPO 심사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떼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KRX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국과 KRX 사이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KRX의 이 이사는 "IPO 심사 기능이 분리될 경우 시장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이밖에도 KRX가 자체상장 이전에 '지배구조 안정 및 공적기능 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RX가 상장 후 사적이윤만을 추구하거나 사적자본에 인수될 위험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국은 KRX의 자체상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KRX가 지금 반드시 자체상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KRX 측은 전세계 거래소의 인수·합병(M&A) 열풍에 대응하려면 자체상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럴 단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KRX는 증권사들과 함께 자체상장 차익 가운데 3700억원(증권사 1700억원)을 공익기금으로 출연키로 한 바 있다. 지난해말 KRX의 순자산 규모는 1조3362억원이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