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계산' 사실상 수작업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7.08.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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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기준가 오류 왜 반복되나] -①사무수탁사 정보·인프라부족

편집자주 맥쿼리IMM, 하나UBS자산운용 등 펀드기준가 오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펀드가입자사이에서‘불입금액에 비해 적게 찾아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신이 은연중에 확산되고 있다. 펀드 기준가란 펀드를 가입하고 환매할 때 적용되는 펀드1단위당 가격이다. 펀드 단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세금, 배당 등 챙겨야할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어서 제대로 된 정보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멍이 숭숭 뚫릴 수밖에 없다. 챙길 것이 더많은 해외펀드는 기준가 오류가능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사태를계기로 펀드기준가 계산실태와 정확한 펀드기준가 계산을 위해 필요한 개선점을 몇회에서 걸쳐 찾아본다.  

펀드 기준가 오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22일의 금융감독당국 발표가 무색하게도 27일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에는 기준가 오류를 수정하는 공시가 3건이나 올라와 있다. 동양투신 '동양2Star1Y파생상품6- 1'과 삼성투신의 '삼성MULTI-ASSET파생상품Ⅱ- 2', 알리안츠자산운용의 'AllianzGI Power II Stock파생상품B 1'이 해당상품이다.

 기준가 오류 이유도 다양하다. 동양투신은 "사무수탁사인 아이타스측에서 비과세 대상인 장내 주가연계증권(ELS)를 과세대상으로 분류해서 과표기준가가 낮게 공시돼 이를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아이타스 이민호 회계2팀장도 "직원들이 과세와 비과세를 착각해서 과표 기준가격이 낮게 공시됐다"고 인정했다. 이외 삼성투신은 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과표가격이 미세하게 잘못됐고, 알리안츠자산운용은 펀드 보수율을 제대로 반영못한 경우다.



'해외펀드 계산' 사실상 수작업


  ◇해외펀드 항상적 기준가 오류가능성 〓펀드 1단위당 단가를 계산하는 1차 책임주체는 자산운용사의 펀드회계업무를 위탁받는 사무수탁사다. 펀드단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시장가격, 세금, 배당, 환율, 증자, 주식분할, 파생상품 등에 대한 챙겨야할 정확한 정보가 한두개가 아니지만 이들 사무수탁사는 만성적인 정보부족과 인프라부족으로 펀드의 기준가 산정에 애로를 겪고 있다.

국내펀드는 대부분 전산처리가 가능해 그나마 기준가 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나 장외파생상품의 과세 여부 등은 직원이 직접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급증한 해외펀드의 경우 회계처리기준이 모호하고 인력이나 전산 등 사무수탁사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해 항상적인 기준가 오류가능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외국계 사무수탁사의 한 임원은 "해외펀드는 △ 배당금 △ 세제 △ 환율 △장외파생상품 등에 대한 통일된 처리 기준이 없어 자산운용사 회계팀에서도 이를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사무수탁사들이 이들 변수를 모두 정확히 반영해서 기준가를 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맥쿼리IMM이나 하나UBS 등의 해외펀드에서 기준가 오류가 발생한 것이 결코 우연이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국가별로 상이한 개장시간, 휴장일 등도 해외펀드의 정확한 기준가를 산출하는 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나 로이터 등을 통해 해외주식의 종가를 받지만 중간배당금이나 주식분할 유무상증자 등 해외주식에 관련된 정보를 100%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부 국가에서는 채권이나 장외파생상품 등이 전산처리되지 않아 이들의 정확한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친디아컨슈머주식 1(CLASS-A)'도 최근 해외배당금 수령지시 오류로 기준가를 수정했다. 미래에셋운용은 8월9일 해외배당금 수령지시 오류로 이 펀드 기준가격을 1,078.40에서 1,066.33으로 수정발표하는 곤욕을 치뤘다.



  ◇기준가 계산마감, 사무수탁사 영세성도 문제 〓아울러 해외펀드 기준가 계산마감과 관련한 관행문제도 있다.외국계 사무수탁사의 또다른 임원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다음날 오전 영업시간 이전까지 해외펀드의 기준가격을 산출하기 위해 직원들이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며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다보니 기준가 오류가 수시로 일어난다"고 인정했다. 이 임원은 "장기투자하는 해외펀드 속성상 기준가를 하루 정도 늦추도록 하면 오류 발생 확률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사무수탁사의 영세성도 문제다. 현재 사무수탁회사는 모두 7개사로 아이타스와 HSBC펀드서비스가 각각 시장점유율 25%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고 에이브레인이 20%전후로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그래봤자 자본금 20억원대에 40여명 안팎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윤지병 에이브레인 이사는 "40여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금융사의 익일 오전 영업시간에 맞춰 9000여개에 달하는 펀드의 기준가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윤 이사는 "해외펀드 기준가 산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중개기관을 활용하려고 해도 비용때문에 주저하고 있다"며 "사무수탁사가 과감히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판매보수나 운용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무보수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식형펀드의 사무수탁 보수는 판매보수(1.4%)나 운용보수(0.75%)에 비해 턱없이 적은 0.02% 수준이다.

자산운용협회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수시로 수정될 경우 자본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는 것처럼 펀드 기준가의 잦은 수정은 자산운용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시장의 균형잡힌 발전을 위해서라도 사무수탁사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 펀드 기준가란 ? = `좌'로 불리는 펀드(수익증권) 한단위를 가입하거나 환매할때 적용되는 단가다. 가입한 펀드 포트폴리오의 총시장가격에서 운영비와 판매매수수료 등 비용을 제외환 순자산총액(Total Net Asset)을 가입자가 구매한 펀드총좌수를 나눠 구한다. 이렇게 구한 수치에 1000을 곱해 단가를 최종적으로 제시하며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라고도 불린다.
주식 채권 등 시장성 유가증권은 가격산정이 용이하나 부동산 원자재 장외파생상품 등 비시장성 상품은 가격산정이 쉽지 않다. 펀드 좌수는 투자자가 특정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수량으로 가령 투자자가 1억원을 기준가격 1000원짜리 수익증권을 구입했다면 1억원좌의 수익증권을 구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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