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보다 주택시장이 문제다

김유림 기자 2007.08.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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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침체, 美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서브프라임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다소나마 진정기미를 보이자 진짜 문제는 주택시장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번 사태의 기폭제가 됐던 BNP파리바 은행이 23일(현지시간) 펀드 판매를 재개하는 등 서브프라임 시장은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대신 진짜 문제는 주택시장이라는 지적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침체 양상이 심화돼 소비가 줄면 미국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날 CNN머니는 미국의 수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관련 금리가 더욱 올라가자 모기지 대출 상환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인 안젤로 모질로는 이날 CNBC에 출연,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를 리세션(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의 채권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핌코의 빌 그로스도 "금융시장은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잃을 위기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백악관이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미국 주택 대출자 어려움 가중

이날 CNN머니에 따르면 미 상원 은행위원회 크리스토퍼 도드 회장은 "이번주까지 '홈오너스호프핫라인'에 상담을 한 사람이 3000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모기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리파이낸싱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비 영리기구인 네이버후드 어시스턴스 코러페이션 오브 아메리카(NACA)가 10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중인 구제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5만명이 몰렸다.

오하이오와 뉴욕, 메사추세츠, 메릴랜드 주정부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비영리기구인 노바데트의 다이안 그레이 이사는 "모기지 채무자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7월 한달 동안 유질처분된 주택이 일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치솟았다. 유질 처분이란 모기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상환 시한을 넘길 경우 해당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모기지 채권자인 은행 등이 가져가는 절차.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티트랙은 7월 유질처분된 주택이 17만9599채로, 전년비 9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직접 나서라
서브프라임보다 주택시장이 문제다


핌코의 빌 그로스는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는 금융업체들을 지원하는 효과만 있을 뿐 대다수 주택 소유자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위기가 소비심리로 확산돼 경기를 침체로 몰고가게 하지 않지 않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그로스는 22일 핌코 웹사이트르르 통해 "우리가 크라이슬러를 지원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주택 소유자가 그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이 있는가"라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스는 "물론 집을 투기 대상으로 보고 앞뒤 안 가리고 투자한 사람들까지 구제되는 부작용이 있긴 하겠지만 대다수의 열심히 살아가는 미국인들은 현재 절망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긴급 자금을 마련해서 지원에 나서야 하는데 이것은 버냉키 의장이 할 수 있는 한도를 벗어나는 것"이라면서 "백악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스는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 등 90년대에는 정부가 수렁에 빠진 금융산업을 구출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선례가 많았다면서 이번 사태도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주택시장 악화 방지위해서라도 금리인하 해야

미국 1위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의 최고경영자인 안젤로 모질로는 이날 CNBC에 출연,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를 리세션(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 그리고 신용시장의 불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질로는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금리인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모질로의 부정적인 전망을 계기로 안정감을 회복하던 금융시장에 비관론이 강화되며 증시가 상승세를 멈췄고, 채권가격이 상승했다.

제프리&Co.의 미국 국채 수석트레이더인 톰 디 칼로마는 "시장이 모질로가 TV에서 말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냉각됐고 반면 채권시장이 강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모질로가 리세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부동산 시장에 터널 끝에서 비치는 불빛이 아직 없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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