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자상거래 역사는 이제 겨우 10년이지만 그 동안의 진화 속도는 그 어떤 산업보다도 빨랐다. 1999년까지만 해도 1200억원 수준이었던 시장규모가 2000년 6600억원으로, 2005년엔 1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5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유통은 똑똑해진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가고 있다. 단순한 전자상거래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지식과 정보교류의 공간으로, 개인의 마케팅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쇼핑에서는 구매한 상품이 맘에 안 들면 상점에 가서 반환을 요구하고 새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을 하면 끝이었다. 인터넷에서는 그 상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매했는지, 배송은 잘 되었는지, 상품의 상태는 어떠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포털이나 개인 미니홈피, 블로그의 댓글이 직설적인 것만큼 인터넷몰에서의 상품평은 그 상품의 생명을 좌우할 만큼 무서운 평가수단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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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똑똑함은 인터넷몰의 올바른 성장을 돕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가 똑똑해지고 조용하지 않은(?) 구매활동을 할수록 인터넷 쇼핑의 저변은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 경제연구소의 전망에 따르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는 양적 추구와 대중중심의 소비에서 질적 추구, 가치중심의 소비로 변화한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입김이 더욱 세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여 고객의 외면을 받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 회사는 프로슈머 그룹을 만들어 상품기획부터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시키는가 하면 한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 프로슈머 그룹으로 하여금 차명을 짓게 하고 제품 평가를 주도시키고 있다.
인터넷몰이나 오픈마켓 업체들은 쇼핑고수들을 모셔 다가 그들의 쇼핑 노하우를 연재시키는가 하면 쇼핑경험과 쇼핑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일반 쇼퍼들에게 주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을 컨슈머(Consumer)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듀서(Producer)로 인식함으로써 프로슈머(Prosumer)라는 새로운 고객군을 창출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똑똑한 소비자들인 프로슈머들은 단순한 정보제공자에 그치지 않고 상품의 생산주체로 활약한다.
예를 들어 오픈마켓에서는 쇼핑과 패션에 감각이 뛰어난 대학생으로 구성된 프로슈머들을 뽑아 그들로 하여금 인기가 있을 것 같은 패션상품을 직접 고르게 하고 쇼핑기획전을 구성하게 하는 등 실질적인 ‘생산’, 즉 유통업으로 따지자면 ‘영업’ 업무를 맡기고 있다. 젊은 그들의 눈으로 보는 새로운 감각이 생생한 현장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참여를 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유통기업들은 그들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빠른 변신과 변화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지속되는 한 이 산업의 발전과 팽창은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