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증시, 벌써 쇼핑의 계절인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8.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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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후반으로 접어들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변덕도 여간 심하지 않다. 마치 신용경색에 휘둘리고 있는 세계금융시장을 보는 듯하다.

한여름의 열기가 아무리 뜨겁다해도 서서히 오는 가을을 막을 수 없는 법이다.



2007년 여름을 강타했던 서브프라임 악재도 어느덧 그 힘을 다해가는 것인지, 서서히 저가매수로 돌아서야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주인공은 다름 아닌 워런 버핏이었다.



◇버핏, 위기는 기회 소신 다시 주장..컨트리와이드 인수설
가치투자의 귀재, 세계 3위 부자 워렌 버핏은 지난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말해 금융시장 대혼돈(카오스)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며 "혼란이 발생할수록 잘못된 가치 산정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충격으로 무차별한 증시폭락이 발생할 때 개별 기업의 가치를 크게 이탈하는 주가 조정이 오고 이는 바로 좋은 기회가 된다는 평소의 가치 투자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버핏은 실제 지난 6월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세계 금융시장이 소용돌이 칠 때 자신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2위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주식 87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버핏이 미국 1위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을 인수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더 발전시켜 컨트리와이드가 버핏이 살 것이라는 소문이 붙은 올들어 6번째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컨트리와이드 주가는 올들어서만 49%나 급락해 S&P500 기업중 두번 째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이 회사는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어렵게 되자 은행들로부터 115억달러의 신용공여를 얻기도 했다. 1위 업체로서의 체면을 완전히 구긴 것이다.
이에따라 금융주를 특히 선호하는 버핏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금융주는 버크셔가 투자한 자산의 41%를 차지한다. 버크셔는 또 웰스파고를 보유하고 있는데, 작년 기준 웰스파고는 미국 모기지시장에서 13.3%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컨트리와이드의 점유율은 15.5%이다.

월가에서는 급락 때마다 버핏이 역발상 전략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며 그가 현재 장세를 어떻게 이용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버핏은 2002년 월드콤·엔론 사태가 터지자 25개 에너지·통신 회사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그 해 연말 정크 본드 투자 금액을 83억달러로 대폭 늘렸다.

버핏은 이듬해인 2003년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이 11억달러로, 수익률은 13.3%를 기록했다.



버핏은 최근 시장의 관심에 응수하듯 "모든게 맞아 돌아간다면 이멜다 마르코스(쇼핑광으로 유명한 전 필리핀 영부인) 보다 더 빨리 돈을 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험 기업 전문투자자 로스도 '서브프라임이 기회다'

부도직전의 위험 기업 인수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기로 유명한 윌버 로스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시장이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불태웠다. 윌버 로스는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디폴트가 증가하면서 서브프라임 업체들의 문제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투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파산 위기에 처한 어메리칸 홈 모기지(AHM)에 5000만달러를 대출하며 서브프라임에 발을 담궜다고 했다.



현재 35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로스의 투자사 W. L. 로스&Co는 서브프라임 손실이 큰 독일의 중소 규모 금융기관에 투자할 것을 고려중이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대출 한 게 문제가 아니라 서류도 없이 대출해 주는 등 나쁜 관행이 문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철강과 광산 등의 산업에 중점 투자하면서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쌓은 로스는 일본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경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 오사카 소재 고후쿠 뱅크를 지난 2000년 사들였는데 3년뒤 상당한 수익을 내면서 팔았다는 것이다.

◇'보험주 쇼핑할 때'
서브프라임 사태로 급락한 보험주를 사야한다는 투자전략도 제시됐다. 보험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투매'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이익을 낼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에게 주가하락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온라인판이 22일 보도했다.

2004년 GE에서 분사한 젠워스의 경우 서브 프라임 우려로 고점대비 20% 하락했다.

UBS증권의 보험업종 분석가인 앤드루 클리저맨은 "보험사들이 모기지증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요즘 이 말은 매우 나쁜 소식이 되고 있다"며 "이 주식은 지나치게 싸다"는 평가를 내렸다. 투자의견은 매수로 상향했다.



젠워스 주가는 장부가(PBR) 대비 1.1배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주가를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가격보다 겨우 0.1배 더 얹어 주고 있다는 의미다.
하트포드와 춥은 1.5배, 에이스는 1.3배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모두 역사적인 PBR 밴드보다 낮다.

지난 2/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CEO인 마이클 프레이저는 "서브프라임 대출은 미국 모기지 보험 포트폴리오의 9%에 불과하다. 이는 매우 미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젠워스는 21억달러가 서브프라임에 노출됐다. 젠워스의 전체 투자자산은 726억달러에 이른다. 젠워스는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중 41%가 AAA 등급이고 25%는 AA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샌포드C. 번스타인&CO.의 애널리스트인 서니트 카마스는 젠워스에 대해 시장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분명히 싸지만 투자자들이 장부가 수준인 주가를 살 정도로 편안함을 느끼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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