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세 탄 CD금리, 꼭지는 아직 멀었다

머니투데이 황은재 기자 2007.08.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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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줄고 은행채 발행 막혀… CD 조달로 '풍선효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8월 콜금리 인상을 전 후로 CD91일물 금리는 5.10%에서 5.26%로 0.16%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CD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은행채 투자 수요가 줄면서 은행들이 CD 발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에도 농협이 2400억원, 수협이 1900억원을 발행했고 국민은행도 600억원을 CD로 조달했다.



반면 CD를 매수했던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들은 CD 매수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공급이 늘지만 수요가 줄면서 CD 금리는 오름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5.26%의 CD금리는 시장 참가자들이 고점으로 생각하는 수준에 비춰볼 때 아직은 `가슴` 수준일 뿐 머리 근처에 도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예금 줄고 은행채 발행 안되고

CD발행이 지속되는 데는 우선 증권사가 판매하는 CMA(종합자산관리계정), 주식형 펀드 등으로 은행 예금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말까지 은행의 실세 요구불 예금과 저축성 예금은 전년말 대비 14조1928억원이 감소했다. 은행에 맡겨뒀던 돈이 다른 자산 투자로 이동한 것이다.


오름세 탄 CD금리, 꼭지는 아직 멀었다


반면 은행 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오름세 탄 CD금리, 꼭지는 아직 멀었다
1~7월 동안 무려 50조3582억원이 증가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감독당국의 중기 대출 급증 우려로 최근들어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다.



예금을 통한 수신은 줄고 대출이 늘자, 은행들은 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은행들의 올해 CD와 은행채 발행금액은 전년말보다 각각 16조2000억원, 17조4000억원 증가했다.

발행 증가로 CD와 은행채 소화가 어려웠던 차에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사정이 더 악화됐다. 신용 경색 이슈가 부각되자 투신사, 연기금, 은행 등, 은행채에 투자했던 기관에서 국채 위주로 채권 투자 방향을 바꾼 것. 은행채는 찬 밥 신세로 전락했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자는 "은행채의 경우 유통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되고 있다"며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시도하고 있지만 차환 발행도 어려울 정도로 매수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채의 신용스프레드(은행채 금리-국고채 금리)는 서브프라임 이슈가 시작된 7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월초 0.10%포인트까지 좁혀졌던 잔존만기 2년 국고채와 은행채 AAA급 금리차는 지난 17일 0.23%포인까지 확대됐다. 반면 국고채 금리는 하락세다. 7월초 5.40%였던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0일 5.30%를 기록하고 있다.

오름세 탄 CD금리, 꼭지는 아직 멀었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됐지만 향후 올 연말까지 은행채 만기 도래 규모가 28조4800억원에 달하는 점도 은행채 투자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의 자산이 크게 줄지 않는 한 대부분 차환 발행될 것으로 채권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이 막히자 그나마 발행이 되는 CD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CD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은행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조달팀장은 "단기 자금 시장은 돈이 남아돌지만 은행이 영업하는 데 쓸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며 "중장기로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채 발행이 안되는 이상 CD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것이지 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게 아니다"며 "예금은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돈이 없다"고 덧붙였다.

"CD 91일물 더 오른다..5.30% 1차 저항선"



은행채와 마찬가지로 CD도 매수 수요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그동안 발행된 CD 규모를 감안할 때, 추가로 채권형 펀드나 MMF(머니마켓펀드)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한 CD 발행분을 소화해내기 버거운 형편이다.

자금이 필요한 은행들로서는 CD 발행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여 금리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앞서 시중은행 팀장은 "CD의 주 매수처였던 은행들도 CD 매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가운데 MMF(머니마켓펀드) 등의 매수 여력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1차적으로는 CD금리가 5.3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D금리가 5.30%까지 오를 경우 정책금리인 콜금리 대비 스프레드는 0.30%포인트에 이르게 된다. 올해 평균 CD와 콜금리간의 차가 0.45%포인트였지만 정책금리가 5.00%인 이상 0.30%포인트의 스프레드는 현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적정한 레벨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어둬야한다는 지적이다. 은행채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은행들이 6개월 이상 장기 CD 발행에 나설 경우, 장기물 CD가 단기물 CD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으로서는 연말 자금 수요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연내 만기 도래 CD보다는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CD 발행에 나서겠지만 투자자들은 연내 만기물을 선호할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사 CD유통 담당자는 "연말 자금 수요 때문에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연내 만기물을 매수하고 연말에 새로운 매수 시기를 탐색하겠지만, 은행들은 연말을 안전하게 넘기기 위해 만기 6개월물 이상 CD를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5.30%까지 오를 것이란 게 시장의 판단이라면 5.30%까지는 상승하겠지만 장기물 CD 발행 증가가 단기물 CD 금리까지 같이 끌어올 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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