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연중최대 폭등..상승추세 확정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8.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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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7일과 올 7월25일 913.0원이 이중바닥

주가 폭락과 엔화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4일 종가보다 13.8원 오른 946.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상승폭은 지난 10일의 연최대 상승폭(9.0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며 지난해 10월9일 북핵사태로 14.8원 오른 이후 최대치다.

원/엔 환율도 815원대로 급등했다. 엔/달러 환율이 116.1엔으로 급락한 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미국 증시가 연일 급락한데 따라 아시아 증시가 연속해서 추락했다.
광복절 휴일로 하루를 쉬었던 코스피지수는 사상최대 낙폭인 125포인트 떨어졌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사상 두번째로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됐다.

전세계 주가가 폭락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한국 증시를 곤두박질치게하고 원화 환율을 폭등시킨 것.



지난달 25일 913.0원까지 하락하면서 연중최저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이 한달도 못된 기간에 30원 이상 오름에 따라 97년 IMF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지속됐던 환율 하락추세가 종말을 고했다.
지난해 12월7일 기록한 2006년 저점과 쌍바닥을 이룬 뒤 상승한 모습이기 때문에 추세반전을 확정할 수 있다.

원/엔 환율 또한 지난달 10일 745원에서 이날 815원까지 70원이나 급등, 이미 추세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 주식순매도 행진 =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1조365억원의 주식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1조원을 넘게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


외국인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9일 하루 570억원 순매수를 제외하곤 연일 대규모 주식순매도에 나섰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순매도는 10조원에 육박한다.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천문학적 금액이 달러수요로 등장하면서 거침없는 역외매수세를 촉발시키고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세를 막기 위해 외화대출과 외화차입에 제한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외국인의 주식순매도분이 커버수요로 등장함에 따라 서울외환시장은 수요 일변도 수급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주식순매도 행진이 끝나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엔화 강세 =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항상 주가를 떨어뜨리고 원화 환율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115.7엔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115엔선에 근접했다. 엔/유로 환율은 155엔, 엔/스위스프랑 환율은 94.77엔까지 추락하는 등 엔화가 전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초강세를 나타냈다.



엔화 강세는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서 고금리 통화로 바꾼 뒤 전세계 각종 자산에 투자하던 캐리 트레이드에 제동을 걸게 함으로써 주가 하락과 함께 등장한다.

△증시 붕괴 =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가 BNP파리바 은행의 자산담보부증권(ABS) 펀드에 이어 ABCP(자산담보부CP)에 투자한 펀드까지 환매중단을 선언하게 만들자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효과가 물거품이 됐다.

펀드의 투자내역에 대한 불투명성이 고조되고 언제 어떠한 펀드가 파산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맹위를 떨치면서 주식을 팔고 보자는 투매현상이 전세계 증시를 휩쓸고 있다.



증시가 경기에 대한 선도적 지표 역할을 하던 것에서 나아가 증시 자체가 경기지표로까지 인식돼온 상황에서 주가폭락은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와 미국채 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달러인덱스는 82선을 돌파, 7월 이전으로 돌아갔으며 미국채 10년만기 수익률은 4.6%로 떨어지며 5월 수준으로 내려갔다.

△원화 환율 연고점에 접근 = 원/달러 환율의 연고점은 3월5일의 952.0원, 원/엔 환율의 연고점은 3월2일의 823.47원이다. 원/달러나 원/엔 환율 모두 연고점까지 10원도 채남지 않았다.



연고점이 돌파될 경우 상승추세가 강화되면서 각종 손절매수가 뒤따르게 될 수 있다. 조선업체의 경우 향후 7년후 받을 달러까지 다 팔아놓은 상태기 때문에 환율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구가할 경우 매도분을 환매수하는 역거래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처할 우려가 있다.

추세상승 국면으로 돌입한 환율이 상승속도를 더해가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오랜기간 환율하락에 익숙해져서 달러매수를 등한시했던 결제업체가 선취매수에 나설 수 있으며 외화대출 상환업체도 달러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환율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단계적 상승 = 그러나 증시가 붕괴되고 환율이 일방적으로 오르는 상황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증시의 경우 그동안 무분별하게 올랐던 것이 서브프라임 등의 외부 악재를 맞고 정상화되는 단계로 판단된다. 엔캐리 청산에 따른 엔화 강세 또한 증시 하락이 멈추면
중단될 일이다.



아직은 중앙은행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2002년말부터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기 때문에 펀드 청산과 투매 위협이 사라지게 된다면 증시는 다시 중앙은행의 가이드에 따른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원/달러 옵션시장에서 장기물 변동성 상승세가 약한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지표가 된다.
1년물 변동성이 5%대로 진입하고 6개월물 이상 리스크리버설(콜과 풋의 선호도)이 콜오버로 굳어지지 않는 한 환율이 연일 상승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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