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폭증 왜?

머니투데이 황은재 기자 2007.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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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규제에 풍선효과 + 금리상승 지켜보기 + 기업 해외조달 경색

올해 들어 기업어음(CP)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기업의 자금 조달과 관련된 제도 변경, 채권금리 상승,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규제가 먹히지 않았고 기업들이 시장금리 상승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은채 장기 자금 조달을 미뤘으며, 해외조달 마저 막혀 모두가 CP시장으로만 몰려나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 `사모사채→CP`

정부는 사모 사채 발행에 따른 공모 사채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 은행이 인수하는 사모사채 대해 대출과 동일하게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에 인수금액의 0.36%에 해당하는 출연료 부과를 결정했다.



기업으로서는 사모사채 발행시 이전보다 0.36%포인트의 금리를 더 줘야해 조달 비용감소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사모사채 발행 매력을 없애버린 것이다.

은행 CP와 외화대출에도 신·기보 출연료를 부과하는 등 기업들이 값싸고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막았다.

정부가 7월부터 사모사채 인수에 대해 출연료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난 6월 사모사채는 순상환액이 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CP는 1월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3조6000억원이 순발행됐다. 공모사채는 2850억원이 순상환됐다. 사모사채에서 CP로 기업 자금 조달 통로가 바뀐 것이다.


CP는 공모 회사채 발행에 비해 절차가 간소한 데다 출연료가 부과된다해도 만기가 짧은 만큼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쓸 수 있다.

기업어음 폭증 왜?


한국은행 관계자는 "6월에 CP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은행 사모사채 인수와 은행 CP에 대한 신·기보 수수료 부과 영향으로 종금사들이 눈치 빠르게 어음 매출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제도변경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 채권금리 상승, 일단 CP로 조달

채권금리 상승세도 CP 발행을 증가시킨 한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잡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올 상반기 시중금리는 오름세를 보였고 장·단기 채권금리차도 확대됐다.

올 상반기 0.10%포인트~0.20%포인트대에서 움직이던 잔존만기 91일 CP 금리와 3년만기 회사채(AA등급, KIS채권평가 기준) 금리차는 6월들어 0.40%포인트대로 확대됐고, 7월16일에는 0.51%포인트 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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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자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CP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되면 회사채 발행에 나서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또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부동산개발사업과 관련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막히면서 지난 1월 16조9000억원이었던 ABCP 발행 잔액은 7월에 2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경기회복세 가속화와 한은의 긴축의지를 감안했을 때, 기업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채권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만큼 회사채 발행을 늦추는 게 오히려 자금 조달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금리 상승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서브프라임 부실 우려 확산도 한 몫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도 CP 발행 증가에 한 몫 했다. 신용 경색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이 막히는 등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6월말 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을 추진했던 기아자동차는 서브프라임 악재에 밀려 발행을 취소했다. 결국 기아자동차도 CP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아자동차 재무담당자는 "외화채권 발행 취소로 CP를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6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일반기업(금융기관, 건설사, 공기업 제외)의 CP 발행 잔액은 6월에 7조원 대로 올라섰고, 7월에는 9조4000억원까지 증가하는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기업을 CP 발행 시장으로 내몬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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