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모기지도 휘청..신용경색 연쇄반응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8.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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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우량한 신용등급을 지닌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주택시장도 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1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주 한 투자자(인베스트먼트 뱅커)는 롱아일랜드에 있는 150만달러 짜리 주택을 구입하려고 했다. 모기지 브로커가 이 투자자에게 제시한 대출 금리는 8%였다. 사흘 후 투자자가 그 대출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브로커는 13%의 금리를 제시했다.



맨해셋에 있는 어메리카나 호미기 그룹의 회장인 봅 몰턴은 "20년간 이 사업을 해왔지만 이렇게 금리가 급하게 변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공포감으로 가득하다. 공포심이 지배하게되면 과도한 결과(금리급등)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우량 등급 모기지 금리도 급등..경제성장 둔화 영향
이 투자자는 소위 '점보론'으로 불리는 41만7000달러 이상의 모기지를 이용하려고 했다. 점보론은 미국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하는 프레디 맥과 패니 매에 모기지를 파는 등 비교적 우량한 시장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신용경색의 불똥이 튀며 신용등급이 좋은 투자자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에게 국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갈수록 다른 모기지와 신용시장으로 전염됐고 급기야 세계증시까지 충격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좋은 신용등급을 가진 투자자가 점보모기지를 원했지만 이 모기지를 원하는 금리에 팔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 것이다. 모기지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수 박에 없다.

현재 30년만기 모기지 금리는 6.23%다. 미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금리도 떨어졌다. 그러나 점보론 평균금리는 6.94%에 이른다. 몇주 전만해도 둘 사이의 스프레드는 0.25%가 안되었지만 지금은 0.70%포인트가 넘게 확대됐다.

점보론은 집값이 비싼 동부와 서부 해안지역에서 매우 비중이 높다. 이 지역 주민들은 소득이 높아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베이 지역의 모기지 브로커인 제프 제이예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주택시장이 문을 닫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때문에 올해 경제성장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브로커리지회사인 ITG의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바버라는 "지난 2개월 동안 모기지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르는 집값은 성장이라는 바퀴에 기름을 칠하는 역할을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면 그 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경제 성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실자산 없는 펀드도 연쇄 작용 불가피한 구조
서브프라임 문제가 금융시장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된 배경에는 복잡한 투자기법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리차드 북스타버는 "헤지펀드의 운용에는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펀드가 어떤 물건에 투자했는지 그리고 그 물건이 매도의 압박을 받고 있는가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예들들어 우량한 자산인 '갑'이라는 모기지 증권을 보유한 A펀드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B펀드가 부실한 모기지에서 대량의 손실을 입었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갑'을 급하게, 싸게 매각하게되면 A펀드의 수익률도 뚝 떨어진다. 시장에 조성된 펀드는 많고 많다. 이처럼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98년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 헤지펀드(LCTM)가 청산된 데도 이같은 시스템이 작용했다. LCTM은 당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러시아 채권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LCTM이 대량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경우 서브프라임 증권 투자로 손실을 입은 펀드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기업 관련 증권의 자산을 서둘러 팔면서 금융시장이 연쇄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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