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공장 철수..R&D는 늘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7.08.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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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회사들의 한국에서 경영 전략이 하드웨어 격인 ‘공장’은 철수하고 소프트웨어격인 ‘연구개발’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잇따라 한국에서 공장을 철수하고 있다. 최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청주공장을 SK케미칼에 매각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 공장을 2009년까지만 운영한다. 한국로슈와 한국UCB도 내년초에 공장 철수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국내 최대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화이자는 서울공장 철수를 공식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한국노바티스와 릴리도 이미 공장을 철수했다.



지난해 1999년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이 구리공장을 폐쇄한 이후 지난해까지 10여개의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에서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공장을 아예 폐쇄했다. 대신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다국적제약사들의 공장철수는 한국이 더 이상 제약 생산기지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인건비가 높아져 거점 생산기지로서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약품을 만드는 것보다 중국이나 인도에 위치한 생산기지나 심지어 북미나 유럽 공장의 제품을 직수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완제의약품 수입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총 의약품 수입액은 44억4541만7000달러로 2005년에 비해 약 28% 증가했다. 특히 완제의약품 수입액은 17억4077만9000달러로 무려 43%나 늘었다.

수입 의약품에 대한 규제 완화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한국 ‘탈출’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과거 수입의약품과 국내생산 의약품에 대한 차별이 있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했다”면서도 “지난 1999년에 수입 의약품도 건강보험 급여 지급대상에 포함되는 등 규제가 점차 완화되면서 그 이유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은 공장을 철수하는 대신 한국에 대한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등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다국적제약사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앞으로 5년간 총 5000억원이 넘는 돈을 한국에서 신약관련 R&D비용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지식산업”이라며 “한국이 지식산업에 적합한 나라라는 것은 다국적 대형 제약사들도 인정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공장철수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R&D 투자가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며 “이러한 투자를 통해 더 우수한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게 돼 우리 제약산업의 구조가 연구중심으로 바뀌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이러한 경영전략 변경이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급급한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몇몇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장을 철수하면서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외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공장철수 과정에서 노사간의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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