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로 사는 것과 오래 사는 것

이건희 외부필자 2007.08.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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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최대의 소망을 물어보면 1위는 단연코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본능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래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운이 따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자가 되는 것도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듯이, 오래 살게 되는 것도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느냐,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장수할 수도 있고 그와는 반대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보건 통계 2007'에 의하면 2005년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자 75세, 여자 82세이고 전체로는 78.5세입니다. 이는 전세계 194개국 중에서 26위입니다. 우리보다 잘 살면서 국민소득이 높은 일본이 82.5세로서 세계 최장수국이고 아프리카에서 못사는 국가에 속하는 스와질랜드는 37.5세에 불과합니다. 몇 년 전에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김종인 교수는 1960년 1월∼2000년 2월, 약 40년 동안에 사망한 사회저명인사들의 직업별 평균수명을 '직업별 평균수명에 대한 조사연구'를 통하여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63∼82년 67세, 83∼92년 71세, 93∼2000년 74세이었으며, 조사 대상자 전체의 평균수명은 71세였습니다.



직업군을 11개로 나누었을 때, 평균수명이 가장 긴 직업군은 △종교인(평균연령 79세)이었으며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평균 수명이 더 길었습니다. 그 외에 평균수명이 긴 순서로는 △정치인, 연예인(73세) △교수(72세) △기업인, 행정관료(71세) △법조인(70세) 순이었습니다. 평균수명이 짧은 직업군으로는 △언론인(65세) △문학인(66세) △체육인(67세) △예술인(69세)이었습니다. 통계학적으로 볼 때에도 직업에 따라서 상당히 의미 있는 큰 차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절제된 생활로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며 소식(小食)을 하는 종교인은 장수하게 되고 스트레스가 많고 업무의 긴장감이 높으며, 술.담배를 즐기는 직업군은 단명한 것으로 논문은 분석하였습니다. 우리가 실천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마음을 비우면 비울수록 분명 건강과 장수에는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종교인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일반인보다는 그런 측면에서 좀 더 장수에 도움되는 생활양식에 가까운 것입니다. 훌륭한 신부님, 스님 등 종교인들 중에 장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절밥을 어려서 몇 번 먹은 적 있는데 요즘 말로, 웰빙 음식으로 비싼 재료가 아닌 데에도 희한하게도 맛있었다고 기억됩니다. 스님들은 진수성찬으로 먹지도 않고, 비싼 영양제를 먹지도 않고,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 데에도 참으로 건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이에 반하여 전국에서 가장 귀하고 좋은 음식은 전부다 섭취할 수 있었고 많은 미인들을 가까이할 수 있었던 조선왕 27명의 평균 수명은 43.5세에 불과했습니다. 로마를 마음대로 주물렀던 네로 황제는 32세, 세계 역사상 대국을 이루었던 알렉산더 대왕도 32세, 영생을 누리고 싶어서 불로초를 구하려 했던 진시황은 50세를 못 넘기고 죽었습니다. 진시황은 하루에 1석(약30kg)의 서류를 결재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았고, 그 넓은 중국 땅의 전국시찰을 통일 후 다섯 번이나 강행군하였다는 것을 보면 무리한 업무수행도 수명에 영향을 주었을지 모릅니다.

◆평균 수명이 긴 직업군에 정치인과 연예인이 상위인 것은, 일반 다른 직업에 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여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추측됩니다. 반면에 언론인 경우에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것에서는 마감시간에 쫓기고 정신적인 압박감이 크고 생활이 불규칙하면서 흡연, 음주 의존도가 높을 때에 수명이 줄어드는 삶이 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언론계통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크게 편차가 생기므로 평균 수치에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체육인은 1960∼70년대에는 무모하고 비과학적인 훈련으로 육체를 혹사시켜 가장 단명한 직업이었는데 90년대부터는 훈련의 과학화를 통해 점차 평균 연령이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명인사의 직업별 사망원인으로는 종교인은 42%가 노환이었던 반면에 체육인·문학인·언론인은 노환으로 사망한 비율이 평균 15%에 불과했습니다. 문학인과 언론인은 각종 암과 심장마비, 뇌혈관질환 사망자가 많았으며 연예인·예술인은 불규칙한 식사에 의한 소화기계 질환 비율이 높았습니다. 일본에서 조사된 직업별 평균수명 순위에서도 1위가 종교인이었다고 하니 직업이 수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비록 종교인은 되지도 않고, 장수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더라도 그 직업에서 왜 장수할 확률이 높은지에 대한 이유를 음미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투자에서도 “행복투자”를 하는 것이 의미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투자란 돈 벌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지만 수익 자체에 너무 지나치게 매달리면 탐욕과 공포로 변해지며 스트레스가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삼육대 천성수 교수가 다른 방식으로 직업군을 분류하여 연구한 결과에서는 입법공무원· 회사고위임직원 등 관리직 집단의 평균수명이 77.72세로 가장 길었고, 기능ㆍ기계직, 기술직, 전문직, 순서로 길었습니다. 평균 수명이 가장 짧은 군은 농어업 종사자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사무직, 판매ㆍ서비스직, 단순노무직의 수명이 짧았습니다. 높은 자리의 임직원은 수명이 길고, 사무직, 판매, 서비스직은 수명이 짧은 것을 보면 사회적으로 출세를 하는 것도 장수의 비결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농·어업 종사자들의 25∼44세 사망률은 다른 직업에 비해 3배 이상 높아서 농·어촌 지역의 피폐함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직 직원은 55∼59세 이후에는 오히려 농·어업직 종사자들보다 사망률이 높아져서 사무직은 나이 들어가면서도 스트레스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주목할 점 중 하나는 백수로 지낸 남성의 평균수명은 60.7세로서, 일하면서 산 사람보다 14.4년이나 짧았다고 합니다. 즉, 노는 것보다는 일하는 것이 장수하는 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편안한 노후를 추구하겠다는 말들이 나오지만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됨을 인식해야합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에게, 이제는 가만히 편안히 지내시죠. 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부모님이 장수하기를 바라는 효도가 아닌 불효인 셈입니다.

다른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과학자의 직업은 굴곡이 상대적으로 적고 머리를 지속적으로 쓰면서 다른 직종보다 5∼10년 장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양의 부모들은 그들의 자식이 과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공계를 무조건 기피하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대조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광화문 교보문고의 입구 중 광화문 지하보도 쪽에서 들어가는 입구의 벽에 보면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얼굴, 간단한 소개, 생존연도 등이 사진과 함께 붙어있습니다.

그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기록을 유심히 쭉 보다가 제가 느낀 것 중 하나가 그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의 평균수명에 비하여 노벨상 수상자들의 수명이 흔히 더 길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는 아무래도 순수 과학연구를 하였거나, 세속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으로 문학활동을 하였던 사람들이 많았을터이고 나이가 많이 들어서까지 활발하게 자신의 일을 지속했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도 장수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추측되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놀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지속한다는 것”과 “세속적이지 않고 순수하다는 것”도 장수! 의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듭니다.



◆투자가로서 일본에서 '최후의 큰손'이라고 불렸던 고레가와긴조는 95세까지 장수하였습니다. 80년대 초반에는 두 번이나 일본 개인소득세 납세자 1위를 기록한바 있습니다. 그는 욕심을 통제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훌륭한 투자원칙이라도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개인투자자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이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사업에 환원하였습니다. 무척 오랜 세월 투자하면서 평생 한 번도 신용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헝가리 출신으로 유명한 개인 투자가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1906년에 태어나서 18세부터 투자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최후의 저서인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는 93세가 되던 1999년 2월부터 쓰기 시작하여 2000년 9월에 탈고하였습니다. 아쉽게도 마지막이 되어버린 이 책의 서문을 미처 쓰지 못하고 9월14일 파리에서 사망하였습니다. 그가 94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로서 그 스스로는 자신이 돈이 많은 것도 꼽았습니다. 가난한 국가보다는 돈이 많고 잘사는 국가일수록 장수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돈이 많을수록 건강에 유리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고, 유사시에는 필요한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치 연예인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다보니 장수하는 것처럼, 앙드레코스톨라니가 평생을 개인투자가로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갔던 것도 장수에 보탬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는 "80여 년 간의 투자인생을 통해 단기투자로 성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제아무리 황제주라 할지라도 주식의 진정한 가치는 결코 단기에 빛을 발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가 투기종목에 쫓아가며 단타하면서 살아가는 개인투자가였다면 장수에 결코 도움이 안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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