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위력·산별노조 위상 '급추락'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6.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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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금속노조에 반기…조직내 강·온파 균열 가속화 전망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노조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반기'를 들고 25~27일 한·미 FTA 반대 부분파업 참여를 거부한 것은 사회적으로나 노동운동 내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비록 전체 총파업 일정을 거부한 것은 아니더라도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차 지부가 올해 최초로 출범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지침에 역행한 것은 노동계에서는 일대 '사건'으로 여겨진다.



특히 일선 조합원들이 파업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밑으로부터의 반란'을 통해 노조 지도부의 의지를 꺾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당연히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위력은 약화되고, 금속노조는 내외부 비판에 휩싸이면서 자중지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분 없는 파업에 등돌려=이번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부분 불참 결정으로 금속노조가 주도한 총파업의 명분이 떨어진다는 점이 노동운동 진영 내부에서 입증됐다.



금속노조는 한·미 FTA가 근로자의 삶의 질을 약화시킬 것이므로 정당한 파업의 필요충분조건인 '근로조건'에 포함된다고 강변해왔지만 조직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한 셈이 됐다.

사실 금속노조의 이번 총파업은 시작부터 '삐끄덕' 거렸다.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는 했지만 일선 조합원들의 반대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이 때문에 금속노조는 19~21일로 예정됐던 조합원 찬반투표를 취소하고 일방통행식으로 파업일정을 밀어붙였지만 떠나간 조합원들의 민심을 얻는데 실패했다.

더욱이 이번에는 현대차 지부 산하 정비위원회가 집행부의 파업 방침을 거부하고 '간부 파업'으로 대체키로 하는 등 전례없이 반발 움직임 확산돼 현대차 노조에서도 더이상 강요하기 힘든 형국이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미FTA 시행으로 수혜를 입는 업종이 속한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국민적 비난이 비등해지고, 정부가 '지도부 조기 검거' 등 엄단 방침을 내린 것도 현대차 노조 지도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 위력 약화=금속노조는 현대차가 빠지더라도 예정된 총파업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정치파업의 목적인 대국민 파급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14만3000여명 중 현대차에서 30% 가량인 4만3000명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현대차의 영향을 받게 되는 다른 완성차 3사(기아차, GM대우, 쌍용차)까지 더하면 8만5000명이 완성차 4사 소속이라는 점에서다.

또 현대차 노조의 결정의 영향으로 다른 사업장에서도 파업대오 이탈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일부에서는 총파업이 와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또 현대차 등 완성차 4사 지부는 28~29일 파업도 주·야간조 중에서 주간조만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실제 파업 참여 인원은 3만5000명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산별노조 위상도 떨어져=이번 현대차 노조의 파격적인 결정으로 금속노조 내부의 강·온파간 대립각도 커지게 됐다. 노동계에서는 총파업을 밀어붙였던 강경파의 입김이 줄어들고, 온건파의 영향력이 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조합원들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총파업을 주도한 금속노조 강성세력에게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야심차게 출범시킨 산별노조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별노조 출범 후 첫 파업으로 사회공익적 차원에서 한·미FTA 반대 파업을 택했지만 조직 내외부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실패작으로 귀결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금속노조의 대 사용자 산별교섭도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면서 "앞으로 산별노조가 정치성 파업을 하는데 엄청난 제약으로 작용하면서 산별노조의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노동계 인사는 "한국 노동운동의 '행동대장' 역할을 자임했던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들의 반발에 밀려 정치파업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향후 노동운동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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