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해외자금조달도 사상 최대

머니투데이 강종구 기자 2007.06.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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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176억달러..KCIF "상황급반전시 상환부담 증가 우려"

은행 단기차입 급증세가 올들어서도 여전한 가운데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중장기 해외자금 조달도 올들어 사상 최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등의 높아진 신용도와 함께 국내보다 저렴한 조달여건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만약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하거나 환율이 상승세로 급반전할 경우 큰 애로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1~4월중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 등 한국계의 중장기 해외자금조달 실적은 176억3000만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137억달러를 무려 28%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국제금융센터▲자료:국제금융센터


채권발행이 저금리 등 발행환경 호조를 반영해 전년동기대비 58% 증가한 102억달러에 달했고 신디케이티드 론(Syndicated Loan)도 74억달러로 전년동기 72억5000만달러를 소폭 넘어섰다.



이중 만기상환을 제외한 순조달액은 105억달러. 전년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월중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국내 순유입 자금은 73억268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28억4040만달러의 2.6배에 달하고, 국내 기업들이 외화유동성이 바닥나 대거 해외조달에 나섰던 외환위기 당시인 97년(35억달러)과 98년(34억달러) 1~4월과 비교해도 배가 넘는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은 전년보다 거의 두배로 늘어난 지난해의 150억2120만달러. 올해는 벌써 작년 기록의 50%에 육박하는 대규모 채권발행이 이어지고 있어 현 추세가 꺾이지 않는한 신기록 경신은 시간문제일 전망이다.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해외채권 발행 뿐 아니라 예금은행이 해외 금융기관에서 장기차입한 외화나 기업 등 민간의 장기차입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예금은행 장기차입은 지난해 1~4월중 3억달러 미만의 소폭 상환에서 올해 같은 기간 15억6170만달러의 대규모 차입으로 돌아섰다. 역시 외환위기 여파로 해외에 손을 내밀어 632억달러 가량을 차입해야 했던 98년 1~4월 이후 최대규모다.



민간의 장기차입 역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지난해 상환추세에서 올들어 4월까지 4억6770만달러의 대폭 조달로 돌아섰다. 역시 98년 같은 기간 8억달러대를 기록한 이후 최대규모다.

중장기 해외조달을 주도한 것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76억달러의 총조달액중 55%인 97억달러에 이른다. 우리은행, 부산은행, 농협 등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23억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특히 신한카드(4억달러)와 현대카드(4억달러) 등 카드사 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디케이티드론을 통한 외화조달이 고작이었지만 올들어 속속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금융기관 다음으로 해외조달을 많이 한 곳은 유통업체와 통신업체들로 주로 신디케이티드론을 통해 약 15억달러를 조달했다. 한국필라 등은 M&A와 관련된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발행이 급증했지만 한국계 해외채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의 경우 약 1.5배에 그쳤던 투자자들의 채권매수 청약금액이 발행예정금액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10억달러의 발행예정액에 40억달러의 청약이 몰리기도 했다.

중장기 해외조달 증가 추세는 하반기에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국제금융센터의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대외적으로 한국물에 대한 신용프리미엄이 하락했을 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외화자금을 원화로 스왑할 경우 조달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6월 이후 만기상환 수요와 하반기 이후 국내 및 해외 경기 전망 개선도 외화자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상반기중 일반기업과 공기업의 해외조달 실적이 예년에 비해 저조했으나 하반기에는 평년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해외투자자들의 한국물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유동성이 갑자기 위축되거나 환율이 상승세로 급반전할 경우 해외자금조달에 많은 애로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올해중 해외조달 176억달러중 변동금리부 조달이 62%에 달하고 또 달러화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어 상황이 급반전될 경우 금리상승으로 인한 이자부담과 원화표시 원리금상환액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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