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14년, 얼마나 변했나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07.06.0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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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6월 7일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0여명의 그룹 수뇌부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모았다. 프랑크푸르트선언, 이른바 '신경영'을 통한 삼성의 변화가 시작된 지 14년이 흘렀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걸 바꾸라'는 말로 표현되는 신경영은 삼성이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 됐다. 7·4제 도입, 지역전문가과정 등 인재 육성과 과감한 투자 등은 오늘날 삼성의 원동력이 됐다.



14년 간 삼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출과 순익 등 외형은 놀라울만큼 성장했고 브랜드가치가 급성장했다. 그러나 지배구조 등 해묵은 문제들은 '변화'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여전히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93년 vs 2006년 얼마나 변했나=삼성그룹의 92년말 매출은 35조7000억원 순익은 1700억원 이었다. 이익률은 0.5% 남짓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6년말 매출액은 140조원대를 기록했고, 14조원 이상의 순익을 남겼다. 이익률은 10%대에 달한다. 매출은 5배, 이익은 100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은 금융계열사등의 결산일이 달라 그룹전체 매출과 이익은 다음달이 지나야 확정된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만 보면 92년말에서 2006년까지 매출은 6조1000억원에서 58조9700억원으로 커졌고, 순익은 724억원에서 7조9300억원으로 늘었다. 이익률은 0.1%대에서 10% 이상으로 커졌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신경영의 힘이 가장 컸다는게 대체적인 평이다. 삼성은 90년대말부터 급격하게 수익이 늘었다. 98년까지 2000억원 대에 머물던 순익은 99년 2조, 2000년 7조원을 넘어섰고, 2004년부터 1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들어 세계 TV시장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메모리반도체와 LCD패널등은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신경영 이후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다양한 교육제도를 통해 인재를 육성한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묵은 지배구조는 여전=14년간 변화를 겪지 못한 것은 지배구조 문제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수년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변화의 기미가 없다.

다른 대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투명한 경영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CJ (124,600원 ▲1,500 +1.22%)도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6%,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 46.85%,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4%를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또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전무가 25.1%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를 해소하고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삼성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경영권 안정이란 미봉책에 안주하고 있다. 지배구조에 대한한 변화의 계기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에버랜드CB저가발행사건 2심 판결등으로 지배구조 변화 움직임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그러나 삼성내부의 목소리가 아닌 외부의 압력에 의한 변화란 한계가 있다.

신경영원년인 93년과 14년뒤인 2007년의 공동 화두는 '위기'다. 93년 신경영은 생존에 대한 위기에서 시작됐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을 하지 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포 직전에 삼성전자의 세탁기의 불량률을 강도높게 지적했다. 고장이 잦던 유무선전화기를 수억원어치 부숴버렸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변화가 없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에 신경영을 통한 변화가 시작됐다.

2007년에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여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창조경영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은 창조경영을 통한 제2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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