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꾼? '헤지펀드'에 대한 편견 셋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5.1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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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투기는 일부일뿐 투자전략 다양…거액없이도 투자 가능

"헤지펀드=환투기꾼=외환위기의 주범"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헤지펀드에 대한 인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7년말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는 과정에 일부 헤지펀드들이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1992년 9월 영국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불리는 '파운드화 폭락 사태'가 '조지 소로스'라는 헤지펀드 매니저의 손에서 촉발된 것도 사실이다. 1998년에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라는 헤지펀드가 미국 금융시장을 위기 직전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의 규모는 무려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에게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금융시장은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들이 국제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모든 헤지펀드들이 늘 위험하고, 또 환투기만 일삼는 것도 아니다. 헤지펀드를 둘러싼 3가지 오해와 편견에 대해 알아본다.



환투기꾼? '헤지펀드'에 대한 편견 셋


첫째, 모든 헤지펀드는 환투기꾼인가?
외환시장을 주된 활동무대로 삼은 조지 소로스 때문에 생긴 오해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트레몬트의 헤지펀드 지수(인덱스)를 기준으로 보자. 올 3월 기준으로 환율시장을 주요 투자대상 가운데 하나로 삼는 '글로벌매크로' 전략의 헤지펀드는 전체 헤지펀드의 16%(운용자산 기준)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주가가 오를 종목은 사고 떨어질 종목은 공매도하는 '롱숏'(Long-Short) △전환사채(CB)에 주로 투자하는 '전환 차익거래'(Convertible Arbitrage) △채권의 금리차를 활용하는 '채권 차익거래'(Fixed Income Arbitrage) △인수·합병(M&A) 등 특정 이슈에 베팅하는 이벤트브리븐(Event Driven) △신흥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s) 등 헤지펀드의 전략도 무수히 많다.


또 환율에 베팅하는 '글로벌매크로' 전략의 헤지펀드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곳들도 많다. 환투기를 주된 전략으로 삼는 곳은 전세계 헤지펀드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싱가포르에서 활동 중인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최근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새로 진출하는 헤지펀드들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롱숏'을 주된 전략으로 쓰는 곳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둘째, 헤지펀드는 모두 위험하다?
헤지펀드의 헤지'(Hedge)가 '위험을 분산하다'는 뜻임은 주지의 사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해 항상 '위험하다'는 꼬리 표가 붙는 것은 2가지 이유에서다. 바로 부채(레버지리)와 '쏠림현상'이다.

부채에 대한 규제가 적기 때문에 과다한 부채를 끌어다 쓸 수 있고, 부채를 떠안은 채 손실을 입으면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다는게 문제다. 그러나 모든 헤지펀드가 부채를 끌어쓰는 것은 아니다. 또 자기자본의 몇배에 달하는 규모의 부채를 동원하는 헤지펀드도 실제로는 많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세계에서 활동 중인 헤지펀드의 수는 약 8800개. 일각에서는 1만개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신생 헤지펀드들이 이런 시장에 뛰어들어 자금을 모으려면 독특한 전략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보니 부채를 안 쓰거나 적게 쓰는 유형의 헤지펀드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다만 헤지펀드 업계에서 '쏠림현상'은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비정상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사고, 고평가된 자산을 파는 것을 주된 전략으로 삼다보니 저마다 손 대는 자산이 비슷해진다. 2004년 4월 '차이나쇼크' 당시 헤지펀드 업계의 전체 수익률이 급락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면 다양한 전략의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기법이 바람직하다.

셋째, 헤지펀드에는 부자들만 투자한다?
과거에는 사실이었다. 헤지펀드가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들이나 거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중산층 가정들도 헤지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0만달러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많고, 10만달러 또는 1만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또 목돈이 없다면 헤지펀드에 간접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를 이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해외 해외펀드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상품들을 이미 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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