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 2007.03.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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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투자전략

198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미국 주가(다우지수 기준)는 10배 올랐다. 그런데 올라간 주식시장과 정확하게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미국의 저축률이다. 미국의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들어갔다는 것은 일해서 번 돈(가처분 소득) 보다 쓰는 돈(소비)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화가 고착화된 데는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믿는 구석이 없어지거나 믿는 구석이 크게 훼손된다면 미국인들도 가처분 소득의 범위에서 소비하고 남는 돈을 저축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믿는 것은 자산가치다. 2000년 IT버블 붕괴와 더블 팁 논란이 짧게 마무리된 것도 자산가치의 상승 때문(특히, 부동산)이라 판단된다. 그래서 21세기 미국은 자산 가격이 올라서 실물경기가 좋아진 케이스다.

유동성이 풀려서(금리인하) 자산 가격이 올랐고, 올라간 자산을 기반으로 소비한 탓에 실물경기도 좋아졌다. 그리고미국의 행복은 전세계 행복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소비 덕에 아시아 국가의 수출/GDP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수출로 돈을 번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모기지)을 산다. 또한 자국의 환율 보호차원에서도 달러를 산다. 어쨌든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받은 미국인들은 무역수지 흑자국 자산에 투자해서도 돈을 벌고 있다. 이상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이 같은 이상적인 스토리의 훼손 조짐이 지난달에 나타났다.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관련 업체의 부도설이 도는 것은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면 전세계 경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가 결국엔 아시아 대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 주요 모지기 업체(패니 매, 프레디 맥)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론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 2) 서브 프라임 점유율이 가장 높은 웰스파고 은행의 서브프라임 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 발표 등 서브 프라임 문제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확인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서브 프라임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는 웰스파고 은행이 2월 하순부터 미국 은행업종(필라델피아 은행지수)을 아웃퍼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업이익 측면에서도 금융섹터의 상반기 이익 증가율이 하향 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물론 미국 서브 프라임 업체를 살리고 싶다면 FOMC가 기준 금리를 낮추면 된다. 금리를 낮추면 모기지가 활발해지고 서브프라임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비우량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낮춰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준이 긴축을 중단하는 것은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으나, 금리를 낮추는 것은 악재다. 부실을 더욱더 키우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계기를 통하여 비우량 자산을 정리하고 모기지에 대한 인식을 재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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