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부담스런' 지주회사 역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7.03.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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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회사 엠플온라인 자본잠식 여파 CJ홈쇼핑 거쳐 CJ까지

지주회사로 지배구조 변화를 추진 중인 CJ (124,600원 ▲1,500 +1.22%)CJ홈쇼핑 (72,200원 ▲600 +0.84%)의 자사주를 150억원 가량 매입키로 한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CJ홈쇼핑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차원이라는 CJ의 주장과 CJ홈쇼핑이 자본잠식에 놓인 엠플온라인에 출자한 부담 중 상당 부분을 지원해줬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14일 CJ그룹에 따르면 CJ는 CJ홈쇼핑의 자사주 22만7000주(2.1%) 전량을 주당 6만7000원씩 152억여원에 매입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6개월 안에 22만8200여주를 장내에서 매입키로 했다. CJ홈쇼핑의 자사주를 포함한 전체 예상 매입액은 300억원.

CJ홈쇼핑 주식을 매입키로 한 데 대해 CJ 관계자는 "CJ홈쇼핑이 온라인쇼핑몰 엠플온라인과 MSO 자회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이고 자회사들의 성장이 기대돼 투자 차원에서 CJ홈쇼핑 주식을 매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J홈쇼핑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일부 이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분기말 현재 CJ홈쇼핑은 엠플온라인 지분 100%를 보유한 것을 비롯해 드림씨티방송(95.5%), 브로드밴드솔루션즈(86.3%), CJ케이블넷(52.9%), CJ텔레닉스(100%) 등 유통, MSO 자회사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 명실공히 그룹 내 사업지주회사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자회사들의 경영실적도 무난하다. 엠플온라인과 브로드밴드솔루션즈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수의 자회사들이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런 정황을 반영해 맥쿼리증권도 "CJ의 CJ홈쇼핑 주식 매입은 CJ홈쇼핑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시각을 의미한다"며 "CJ홈쇼핑의 실적이 작년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이고 현 주가가 핵심사업의 가치를 다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CJ 주주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에서는 CJ홈쇼핑이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진 엠플온라인의 유상증자에 참여, 200억원을 투입하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을 CJ가 감당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CJ가 CJ홈쇼핑과 일종의 '고통분담'을 자임한 게 아니냐는 뜻이다.

어차피 엠플온라인의 실적 부진은 CJ홈쇼핑에 이어 CJ홈쇼핑의 모기업인 CJ에까지 지분법평가손실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다. 오히려 CJ가 CJ홈쇼핑의 재무 부담을 덜어주는 게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다.



결국 CJ의 이번 결정이 어떤 점수를 받느냐는 엠플온라인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난해 총 거래액이 1400억원대에 불과했던 엠플온라인이 분기별로 7000억원을 바라보는 G마켓, 옥션 등과 경쟁을 벌이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그룹 동반부실의 폐해를 막고 자회사들의 독자적 경영을 독려하기 위한 지주회사 제도를 CJ가 다른 방향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자회사(엠플온라인)으로 인한 자회사(CJ홈쇼핑)의 어려움을 CJ가 계속 부담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CJ홈쇼핑은 "엠플온라인이 지난해말부터 월 거래액이 500억원을 넘어서고 올 하반기부터 600억원 수준에 이르러 연말에는 월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4일 오후 2시 49분 현재 CJ홈쇼핑 주가는 CJ의 '고통분담'이 효과를 발휘해 전일대비 6.2% 급등한 7만1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CJ는 1.6% 하락한 9만2400원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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