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홈, 부실 자회사에 200억 증자 "왜?"

머니투데이 홍기삼 기자 2007.03.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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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TV부문 매출 만회위해 신성장동력 오픈마켓에 투자

지난해 2월 CJ홈쇼핑 (72,200원 ▲600 +0.84%)은 200억원을 투여해 오픈마켓 자회사인 엠플온라인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엠플은 지난해 33억9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207억59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금 200억원을 1년 새 모두 까먹어 자본잠식 회사가 돼 버린 것이다.

이에 굴하지 않고 CJ홈쇼핑은 200억원의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고 공시를 통해 지난 2월27일 밝혔다. 오픈마켓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엠플이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자본잠식 자회사에 2년 연속 200억원을 출자하는 것은 CJ홈쇼핑 역사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CJ홈쇼핑의 이같은 결정에는 최근 TV홈쇼핑 업계의 남모를 고민이 숨어있다. TV홈쇼핑업의 주력매출원인 ‘TV부문’ 매출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CJ홈쇼핑은 지난해 4분기 취급액(판매가액에서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기준 총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21억원(5.9%)이 늘어난 395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TV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6억원(-2.6%)이 줄어든 2479억원을 나타냈다. 대신 인터넷부문은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5.5%(218억원)의 성장률을 나타내 10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TV홈쇼핑이라는 ‘업’(業)의 특성이 무색할 정도다. TV부문만 따져보면 한마디로 위기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동종 업계가 거의 비슷하다. GS홈쇼핑 (154,900원 ▲3,200 +2.11%)의 지난해 4분기 TV부문 매출(취급액 기준)도 전년 동기대비 28억원(-1.0%) 쪼그라들었다. 대신 인터넷부문인 GS이숍 매출은 157억원(13.2%)이나 늘어났다.

홈쇼핑 업계의 TV부문 매출이 줄어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케이블채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홈쇼핑 채널에 대한 일반 고객들의 관심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고, 홈쇼핑에서만 살 수 있는 뚜렷한 상품도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 인터넷쇼핑몰 업계가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TV홈쇼핑의 강점이 상대적으로 희석되고 있는 것도 홈쇼핑업계의 약점이다. 특히 향후 IP TV 등이 본격 도입되면 굳이 홈쇼핑채널을 거치지 않고서도 직접 선호채널을 선택할 수 있어 홈쇼핑 TV부문의 미래 매출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홈쇼핑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인터넷쇼핑몰, 특히 옥션, G마켓 등 각광받고 있는 오픈마켓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CJ홈쇼핑이 자본잠식 부실회사에 연거푸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까닭이다.

CJ홈쇼핑 정재훈 홍보팀장은 “엠플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홈쇼핑업계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오픈마켓은 꼭 가져가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은 성장통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엠플온라인 임현정 과장은 “이미 경쟁 홈쇼핑사 오픈마켓을 제치는 등 엠플은 계획대로 잘 가고 있다”며 “올해 말부터 흑자 전환을 통해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픈마켓 업계의 판단은 아직 유보적이다. 홈쇼핑업계의 오픈마켓 연착륙이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다.

A오픈마켓 관계자는 “엠플이 오픈마켓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운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지난해 하반기 TV광고, 무료배송 등을 석 달 가까이 지속하면서 지나치게 출혈마케팅을 한 건 과오로 보인다”며 “언제까지 이런 마케팅을 지속할 수 있을 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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