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황우석,××일보… '狂클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07.01.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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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검색공화국' 풍경화(하)

전편 (인기검색어 '김준형기자'의 코미디') 바로가기

MC몽 팬클럽의 '검색 1위 선물', 황우석 지지모임의 '황우석의 진실, 월화수목금금금'같은 사례들은 '검색조작'논란을 낳고 있다. 언론도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언론이 검색장악을 위해 벌이는 속임수(치팅:Cheating)는 네티즌 못지 않다.



◇ "검색페이지 맨 위를 잡아라"...'시지프스식' 반복 기사전송

지난연말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뉴스 검색에 '딥링크방식'(뉴스검색시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바로 연결되도록 하는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했다. 방문자 증가의 상대적 차이에 따라 사이트 순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고 언론사들간의 신경전도 본격화됐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네이버 실시간 뉴스 검색어 상위 단어들을 입력해보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몇몇 언론사의 기사가 거의 예외없이 맨 위에 자리잡고 있는 현상을 볼수 있다.정상적인 시간순 뉴스검색이라면 가장 최근에 작성된 기사(다시말해 가장 늦게 쓴 기사)가 맨 위에 올라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비밀은 한번 전송한 기사를 몇번이고 다시 새로 전송해 항상 맨 위에 기사가 노출되게 하는 데 있다. 네티즌들의 시선이 맨 위의 기사에 집중되는 것을 노리고 언론사측이 '기사전송'을 수시로 클릭해 기사를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림설명]최초 입력시각(14:10)에서 최종 수정시각(16:17)까지 무려 여섯차례 같은 기사가 전송됐다.<br>
[그림설명]최초 입력시각(14:10)에서 최종 수정시각(16:17)까지 무려 여섯차례 같은 기사가 전송됐다.


25일 발표된 '담배소송' 판결.
전국민적 관심사인만큼 포털의 검색어 순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검색창에 '담배소송'을 쳐봤다.


역시 관련기사의 맨 위에는 14시10분에 작성되고 14시18분에 '수정'된 조선일보 기사가 떠 있다. 그보다 나중에 작성된 타사의 기사보다 위에 놓여 있다.
조금 지나자 다른 매체들의 기사가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조선일보 기사가 뒷페이지로 넘어가 보이지 않게 됐다.

그러자 14시26분 다시 수정된 조선일보 기사가 포털에 재전송돼 맨 위로 올라갔다. 수정된 내용은 기사 마지막의 두문장. 6분만에 기사를 업데이트해야할 만큼 중대한 내용은 당연히 아니다.

잠시후 기사가 아래로 밀려나니 14시35분에 또 수정, 다시 맨위. 그런데 이번엔 원래 기사와 토씨하나도 바뀐 내용이 없다.
또 밀려나니 14시 51분, 15시 정각에 수정...한시간동안 무려 다섯차례나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총 몇번이나 기사가 바뀌는지를 지켜보는건 포기했다)

기사가 아래로 내려갈때마다 다시 전송해 맨 윗 자리의 '검색고지'를 사수하는 집념은 시지프스를 연상케 한다.

◇1시간동안 같은 기사 다섯차례 전송, '기사 도용'도 마다 않고...

독자들은 '올드즈(OLDS)'를 '뉴스(NEWS)'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고, 해당 언론사는 기사를 최대한 늦게 쓴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기현상이 검색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색창 맨 윗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도용'이 빠질수 없다. 타매체 기사를 그대로 베껴서라도 검색기사들 맨 위에 '새 기사(새것처럼 보이는 기사)'를 올려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영 폭행사건을 보도한 모 신문 인터넷 사이트 기사. 그대로 베낀 타매체의 기사를, 한번도 아니고 수차례에 거쳐 포털사이트에 재전송했다.이민영 폭행사건을 보도한 모 신문 인터넷 사이트 기사. 그대로 베낀 타매체의 기사를, 한번도 아니고 수차례에 거쳐 포털사이트에 재전송했다.
이정도 되고 보면 '급하다 보니 어쩌다 그랬을수도 있지'라고 동업자 정신으로 이해해 줄 수준을 넘는다. 언론사와 기자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것이다(윗그림 참조)

늘 우리 사회의 표절문화에 대해 준엄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왔던 언론이다.
그런데 '표절'도 아니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 남의 기사를 태연히 자신들의 '최신 뉴스'라고 포털 검색창 맨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민망해서인지 작성 기자 이름조차 표기하지 않는다).

사이트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대표 신문사들의 '검색고지 점령전'은 이처럼 보기가 딱할 정도이다.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 신문이자 '1등 인터넷 언론'을 내세우는 언론사들이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억울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네티즌들이 미친듯이 클릭하는 것만이 '광클'이 아니다. 언론사가 클릭수에 집착하는 것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광클'수준에 올랐다.

◇ 언론 자존심 포기, '광클'대열에..."양식의 문제"

국내 포털사이트의 검색 서비스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능가하는 공룡이 된 구글조차도 국내에서는 기를 못편다. 그만큼 기존 포털의 검색기능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연예인, 정치인, 언론 할 것없이 검색에 목을 메는 것도 이때문이다. 스타에게 인기는 곧 돈이다. 언론사도 트래픽은 광고료로 연결된다. 정치인(특히 선거를 앞두고는)에게 인기는 권력이다.

'검색 조작'은 그만큼 성과가 적지 않다. "MC몽, 검색1위 선물에 감격"이라는 기사가 톱뉴스로 보도됐다. '황우석의 진실'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사람들은 황우석 박사 파문 1년을 맞아 그의 근황을 한번씩 입에 올리게 됐고, 여전히 식지 않는 열렬 지지자들의 활동을 알게 됐다.
조선닷컴이나 조인스닷컴 역시 눈에 띄게 타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트래픽이 증가하는 걸 봐서 다음달 쯤에는 방문자 순위가 급등할 것이다.

네이버측은 검색서비스의 왜곡을 막기 위해 몇가지 기술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간은 걸릴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언론사의 경우 해당 회사에 여러차례 중단을 요청했고, 공식 공문도 발송할 예정이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언론사의 양식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된 검색 영역이 이처럼 네티즌과 언론 등 사용자들의 각종 편법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담합에 의해 스타의 인기가 제조되고, 정직하지 못한 언론사가 여론을 이끌어가고
상징조작을 통해 지도자가 만들어진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검색어3위 김준형기자'해프닝 같은 '덜 떨어진 장난'은 그만 둘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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