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집값의 변명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7.0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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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다.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면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현대사회는 복잡하다. 복잡할수록 이 원인이 이런 결과를 낳는다고 꼬집어 말할 수도 없고, 어떤 결과가 반드시 이 원인에서 비롯됐다고 하기도 어렵다.

복잡계(複雜系·Complex System)가 경영은 물론 과학, 심지어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화두로 한때를 풍미한 것도 하나의 원인과 결과로 크든 작든 특정 사안의 모든 것을 살피고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봐도 옛날 같지가 않다. 복잡한 설정과 난해한 복선이 난무하고, 결말도 어수선하게 끝나는 영화가 많아 따라가기가 힘들다.

어떤 경우 너무 복잡하고 어지러워서 '영화를 봤다'는 느낌조차 없는데, 언론과 특히 젊은 후배들이 '그 영화 참 잘 됐다'거나 '잘 만든 영화다'라고 평가하고 수백만명의 관객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면 '나만 시대에 뒤떨어진 건가'하는 마음에 위축되기도 한다.



최근 일어난 판사에 대한 전직 교수의 테러사건도 결과는 분명한데 원인을 콕 집어내기가 어렵다.

테러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꼭 써야했나 하는 의아심이 드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간 우리 사회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분위기,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게 사회 한구석을 병들게 하는 잘못된 사회의식이 이 사건의 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가하는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과급 미지급과 잔업거부로 일어난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는 반대로 원인은 단순하지만 그 결말은 혼란스럽다. 보통사람의 시각으로 봐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결말에 뒷맛이 남아있고, 이로 인한 다음 또 그 다음의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주택시장도 갈수록 복잡계 양상을 띠고 있다. 참여정부의 각종 규제가 실행모드로 들어가고,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주택시장은 더욱 복잡하고 어지럽다.

무조건 오르고 잘 팔리던 최근 2∼3년동안과 달리 올해 주택시장이 지역 분양가 등 각각의 조건에 따라 아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매매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리라.

특히 집을 사려는 사람은 집값이 어디로 튈지 몰라 주저하고 있다. 10%의 투자수익률을 바라보고 50%이상의 투자리스크를 안으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0%의 투자리스크에 100%의 투자수익을 올렸던 바로 직전과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다.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급전환시킨 것은 주택시장 복잡계다. 주택시장의 복잡계는 수요자·투자자·투기꾼·건설기업·전문가 등의 내부 행위자와 각종 규제·세금·경기·심리·대출금리·학군·학원 등의 외부 충격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 행위자와 외부 충격은 상호 영향을 주면서 변화하는데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고 대단히 복잡해져 가고 있어 집값이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주택시장 복잡계는 너무 오른 집값 때문이다. 그 집값이 거품인지 아닌지는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그 집값으로 인해 주택시장 복잡계를 이루는 내부 행위자와 외부 충격이 올 한해 거세게 부딪히며 갈등할 것만은 분명하다. 집값을 전망하기가 어려운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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