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길래’, ‘CEO가 뭐길래!’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2006.09.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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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CEO자리는 헌신과 능력 실적에 따라

예전 ‘사랑이 뭐길래’라는 인기 TV 드라마가 있었다. 어찌나 인기가 있었던지 그 드라마가 방영되는 저녁시간대에는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조차 뜸했을 정도였다.

모두가 TV앞에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사랑 때문에 지지고 볶는 인간사를 재미있게 그려낸 당대의 연속극이었다.



그 드라마 덕에 극중 인물 ‘대발이 아버지’역을 맡은 연예인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거뜬히 선출될 수 있었다. 사랑과 돈 그리고 권력이란 누가 뭐래도 진흙탕 싸움 같은 세속에서 끊을 수 없는 미혹거리가 아닐 수 없나 보다.
 
CEO가 뭐길래. 기업이 열냥이라면 CEO는 아홉냥이다. CEO는 경영을 통해 여러 가지 값진 가치를 창조하는 영광스런 존재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IT문명 속의 미래가치· 미래표준을 창조하면서 독점적 부(富)를 쌓았지만 자기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전 세계의 영웅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H그룹 C총회장처럼 감옥에 들락거리는 치사하고 더럽고 욕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영욕이 비벼지는 자리다.
 
◇CEO자리를 두고 형제간에도 부자간에도 쟁투 불사
 
최근 한국 재계의 대표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K 회장이 나이 80이라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황혼 이혼’을 했대서 또 화제꺼리가 됐다. 배다른 자식을 총애한 것이 불씨라는 관측이 떠돈다.

K 회장은 본부인 P씨와의 아들인 차남과 후계구도 문제를 둘러 싼 잡음을 일으키곤 했다. K 회장은 “자격이 없는 자식에게 회사를 넘겨 망치기보다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남은 그의 부친과 동거동락해 온 Y부회장과 협의 없이 부장급 간부들을 물갈이하고 ‘인적 청산’을 시도하여 갈등을 빚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돈과 CEO라는 먹이를 두고 형제끼리 피투성이 나게 싸우는 것은 흔하게 보아왔다. 이제는 부부간은 물론 심지어 부자간에도 쟁투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어쨌든 CEO자리싸움을 냉철하게 음미하면 중요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핏줄보다 능력’이라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뿌리
 
사례 1. ‘자동차 왕’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 겸 CEO가 CEO직을 전격 사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후임에는 보잉의 부사장을 지낸 앨런 멀럴리가 영입됐다. 빌 포드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사회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포드 가문은 1903년 창업 후 두 번째로 전문경영인에게 CEO를 내주는 사태를 맞았다. 이날 빌 포드의 사퇴는 미국인들에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GM에 이은 포드의 위기는 미국자동차산업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사례 2. 미국 휴렛 팩커드(HP)는 최고경영자 CEO로 루슨트 테크놀로지 사장인 칼리 피오리나를 영입했었다. 그녀는 정보통신업계의 최고경영자들이 벌인 800대1의 경쟁을 뚫고 HP의 사령탑에 올랐다.

미국 20대 기업에서 처음으로 여성CEO가 됐으며 포천지를 통해 3년 연속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경영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HP의 공동창업자의 아들로 18%지분을 소유한 대주주 월터 휴렛은 칼리 피오리나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칼리 피오리나가 주도한 컴팩과의 합병을 반대했던 휴렛은 ‘괘씸죄’로 이사직을 박탈당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녀 또한 컴팩 인수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서 2005년 결국 사퇴했다.
 
사례 3. “나는 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게 산 것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된다.(중략) 내 시신은 의학도들의 실험공부를 위하여 대학병원에 기증하기 바란다.(중략) 1998년 8월25일 아버지로부터.”
 
지난 8월31일 한국CEO연구포럼 특별강연회에서 박종규 KSS해운 고문(전 규제개혁위원장)이 공개한 유언장의 내용이다. 그는 자식에게 회사경영을 맡기지 않았다.

“회사의 경영은 그 회사에 가장 크게 기여한 능력있는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오너의 자식들은 혜택을 받으면 받았지 회사에 기여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CEO를 하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정실인사입니다.”
 
물론 그는 그의 재산을 3등분해서 사회환원과 우리사주조합 그리고 가족에게 각각 나누도록 유언장에 적어두었다.

CEO라는 자리는 헌신과 능력 그리고 실적에 의해 냉혹하게 유지되는 자리인 것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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