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주변에 투자하라?

박성훈 외부필자 2006.06.0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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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의 역발상 부동산 투자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정확하다면 혐오시설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 (사실은 혐오시설 유치가 예정되는 그 순간부터) 부동산 가격은 99.99% 폭락한다. 기존에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면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을 처분하고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런데 혐오시설 주변에 투자를 하라니? 도대체 제정신을 가진 사람의 말로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혐오시설 주변이나 유치 예정지역에 투자를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혐오시설이란 말 그대로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고 꺼려하는 시설들이다. 민주화가 되고 지차체가 실시된 이후 혐오시설에 대한 기피 현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해졌고,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혼란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발상의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부동산 투자의 기본이자 원칙은 원하는 대상 물건을 싸게 매입하는 것에 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기피하는 물건이라면 당연히 수요는 낮아진다. 또한 그만큼 싸게 매입하면 할수록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이 투자의 메리트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달리해보자. 혐오시설 주변이 오히려 투자 유망지역은 아닐까? 모두가 기피하고 꺼리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더욱 큰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대표적인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장을 살펴보자. 요즘은 대부분 지자체마다 쓰레기 매립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홈페이지가 잘 만들어져 있어 굳이 지자체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쓰레기 매립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특히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공시, 개요, 시행 등에 대해 잘 나와 있다. 그와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매립면적과 매립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 매립기간은 일반적으로 20년이 가장 많다.

일반적으로 매립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임박한 곳이라면 투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 매립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 그만큼 땅에 돈이 묶여 있는 기간이 길어져서 자칫하면 환금성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립기간이 임박한 땅을 찾아야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매립 초창기에는 본격적인 매립이 이뤄지지 않아 분명 혐오시설인 쓰레기 매립장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에 와 닿는 혐오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것은 완만한 가격하락을 가져온다. 눈에 보이는 것만큼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곧잘 망각하는 것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이다. 하지만 매립 완료일이 다가올수록 주변의 생활 여건은 급격하게 나빠진다. 먼저 산더미같이 올라간 쓰레기 더미가 보는 이의 심리를 압박한다. 악취는 더욱 심하게 발생하고 먼지와 쓰레기 운반 차량으로 인한 불편도 가중된다. 따라서 매립이 많이 되면 될수록 쓰레기 매립장 주변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쓰레기 매립장 주변 부동산의 매입시점은 생활 여건이 가장 안 좋아지는, 매립 완료 1~2년 전에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특히 쓰레기 매립장 인근에 있는 다가구 주택이나 근린상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가구주택이나 근린상가는 주거단지가 형성되어 있을 때, 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장 등 혐오시설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면 거의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거단지로서는 큰 단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가격도 상대적으로 상당히 저렴할 수밖에 없다.

다가구주택이나 근린 상가의 경우, 매립 완료 시점에 임박해서 구입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매립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성토 작업이 이뤄지는데, 성토공사와 복원공사가 이뤄지면 대부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쓰레기 매립장의 추후 사용 용도는 공사 개요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용도가 명시되지 않다고 해도 대부분의 쓰레기 매립장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원이나 근린 생활체육시설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쓰레기 매립장 등과 같이 혐오시설로 인해 발생한 단점이 보완되면,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통 혐오시설 주변이라는 단점이나 문제점 등이 있는 부동산의 경우, 주변 지역보다 40%에서 많게는 50%까지 낮게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매립 등이 막바지인 경우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물량도 풍부한 편이다. 따라서 주변 시세만큼만 회복하더라도 100%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매립장의 개발로 인하여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은 성토와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면 대규모 공원이나 체육시설로 변모하면서 인근 지역에 비해 생활 쾌적성이 오히려 좋아진다. 혐오시설로 인해 가장 나빴던 곳이 가장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부동산의 가치도 변한다. 따라서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부동산의 미래 모습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과 난지도이다.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장’의 대명사처럼 불렸지만, 지금 난지도는 우수한 조망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근에 공원과 생활체육시설이 잘 들어서 있어 서울 시내 어느 곳보다 우수한 생활환경을 자랑하는 곳이 되었다.

수도권에서 쓰레기 매립장이 설치된 지역은 파주, 김포, 안산 지역 등이다. 이 지역들은 매립 시점의 차이가 있지만, 언젠가는 매립이 완료될 것이고, 매립 완료와 함께 성토와 복원 공사를 거쳐 대규모 공원이나 생활체육시설로 개발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남들이 생각지 못한 곳에 미래가치를 생각하고 투자하면 오히려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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