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연장을 찾은 청소년들 대다수가 한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이용률은 '세계 제일'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3900만명의 휴대전화 사용자 가운데 10~19세 청소년의 비중은 대략 12%가 넘는 500만명을 조금 못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략'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수치가 순전히 추정치기 때문이다. 1000만명의 청소년 가운데 절반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 정도밖에 안될까 싶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동전화서비스를 하는 이통업체들도 '청소년 이용자의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는 것이다.
올초 학부모감시단에서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0% 이상이 자신의 휴대전화가 부모 또는 19세이상 성인의 명의로 가입돼있다고 답했다. 부모명의로 가입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청소년 가운데 주민등록번호와 비밀번호로 간단히 성인인증절차를 통과할 수 있다. 이런 경로로 성인물을 경험했다는 청소년이 무려 17.9%가 넘는다.
SK텔레콤은 지난 2003년 11월부터 미성년자 명의의 휴대전화에 대해 성인콘텐츠 접속차단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사용자는 청소년이지만 부모명의로 돼있을 경우에는 이런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라고 한다. '주민등록번호'가 걸려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성인명의로 돼있으면 구멍뚫린 거름종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 정부와 이통업체가 '청소년들의 올바른 휴대전화 사용문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3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일명 '야설(야한소설)' 서비스도 중지하고, 부모명의 휴대전화 가입을 본인명의로 바꾸는 캠페인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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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계의 노력이 보태진다면 분명히 '결실'을 맺을 것이다. 한편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통사들이 부모명의 휴대폰의 위험성을 알리는 문자를 보내고 캠페인을 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휴대전화 본인명의 가입을 의무화시키는 '휴대폰 명의실명제 도입'을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사실, 관련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2에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에 제공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대로 하자면, 부모명의로 자녀 휴대전화를 개통한 부모들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제정된 취지가 '대포폰'처럼 명의도용폰 처벌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서 같은 잣대로 적용하기 애매한 구석이 너무 많다.
때문에 '휴대폰 명의실명제'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모든 청소년들의 휴대폰에 성인물 노출을 원천봉쇄시킬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휴대폰 명의실명제'다. 게다가 앞으로 휴대폰은 모든 개인의 정보를 담고 다니는 '신분증'이나 다름없게 사용될 전망이어서, 아무리 부모명의라고 해도 타인명의 휴대전화 가입이 적지않은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다. '휴대폰 명의실명제'는 분명 올바른 휴대폰 사용문화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