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를 맞아 대기업들이 친디아 등 세계의 신성장 지역에 대단위 투자를 하고 있는 마당에 국내 금리를 움직인다고 해서 국내에 투자물꼬가 터질 일도 없다. 고유가와 저물가가 공존하는 아이러니는 또 어떻게 볼 것인가. WTI 기준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갔지만 오일쇼크 위기감은 찾기 힘들다.
이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정의돼온 중앙은행의 정체성에 대한 심한 도전이다. 한국은행법 1조에도 한국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으로 돼 있다. 물가안정 목표를 버릴 수야 없겠지만 그것만 쳐다보고 외골수로 움직이는 것도 곤란하다.
한은도 시대 변화에 맞춰 자산가격을 통화정책의 틀로 끌어들일 때가 됐다고 본다. 자산가격이나 그와 연관된 금융변수에 심한 불균형이 생길 때 비록 실제 물가가 물가안정 목표에 미달하더라도 기꺼이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금리를 크게 올리지 않고서라도 은행 지급준비금이나 신용량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자산가격은 거칠게 다루면 갑자기 폭락해 경제가 위축되고 부실채권이 양산될 수 있으므로 정교하고 신중한 운용틀과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
한은도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자산가격을 감안한 새로운 통화정책 틀을 만들고 공청회를 열어 검증하는 적극적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전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보고서에서 정부 행정효율성 순위가 31위에서 47위로 곤두박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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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참여정부가 소리높여 외쳐온 정부 혁신이 무색할 정도다. 정부 혁신은 민원성 서비스 개선이나 조직개편이 아니라 얼마나 신뢰받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한은의 역할 정립도 그러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