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엔 과거의 흔적이 담겨 있다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사장 2006.04.0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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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미지 관리]자신의 홍보물을 관리하라

요즘 여기 저기 새로운 모임의 시작이 많다. 이 때 서로를 대면하기도 하지만 회원 명부라든가 수첩 등을 통해 서로를 익히는 시간도 적지 않다.

이 때 큰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진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역할의 범위가 다양하고 커질수록 사진으로 자신이 공개되는 일이 많아진다.



신문을 보다 보면 내가 직접 만나 본 사람보다 사진을 통한 일방적인 만남이 절대 다수이다. CEO의 경우 ‘홍보팀이나 비서가 하는 일이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진으로만 봐오던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 사진으로 보던 느낌보다 훨씬 더 진솔하고 따뜻한 면모를 느끼게 될 때는 사실 안타까움이 든다.
 
PI(Personal Identity 이미지 관리)에 있어서 본인의 사진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대표적인 우수 사례로는 히틀러와 케네디를 들 수 있다. 히틀러는 늘 사진의 뒤 배경을 어둡게 하고 사진이 노출될 때에는 군가를 크게 틀어 카리스마를 전달하였으며, 왜소하고 작은 키가 드러나지 않도록 상반신만 잡아서 키가 커 보이는 로 앵글로 찍은 사진만 노출시켰다.

케네디는 극히 보수적이거나 너무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정면 사진은 거의 없고, 약간 사선으로 얼굴의 각을 주고 시선을 높게 하여 세련된 이미지와 암울한 시대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뉴 프론티어의 이미지를 전달하게 했다. 우리나라의 안철수 소장의 경우도 우수 사례로 제시된다.



모범생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안 소장은 2000년 6월 당시 자신의 연구소를 컴퓨터 바이러스 치유 전문연구소에서 컴퓨터 종합 솔루션업체로 바꾸면서 번개 맞은 머리 모습으로 기업 PR광고에 등장해 기업 이미지를 한 순간에 바꿔 놓았다.
 
보통 리더에게는 최소 5가지 이상의 다른 이미지의 사진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정장을 입고 점잖게 찍은 정면 사진이면 됐지‘가 아니라 그건 기본이다. 그 외에 셔츠를 걷어 부치고 일에 열중하다 잠시 앵글을 바라보는 듯한 열정적인 모습, 자신의 전문 분야의 현장이나 사진을 배경으로 한 전문적인 모습, 진지한 회의 모습, 캐주얼하게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다 본인만 한 컷 잡힌 듯한 자연스런 한 장, 그리고 행복하고 유쾌하게 웃는 환한 얼굴이 중심인 사진이 필요하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과 사진으로의 대면 기회가 많은 위치의 리더라면 이 정도의 포토팩은 기본이어야 한다. 더불어 안경테나 넥타이의 색상 등을 고려해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혹은 수수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뺄셈’이라는 말처럼 주제에 방해되지 않도록 소재를 최소화시킬 필요도 있다.

언론 매체 인터뷰의 경우, 경험자가 아니고는 낯선 기자 앞에서 자연스런 포즈를 취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업무 환경을 배경으로 한 자연스러운 사진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활용하는 것도 아쉬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자신의 얼굴 인상이나 체격을 고려하여 자세 각도를 조정하여 찍는 것이 좋다. 배경 색이나 의미 있는 소품은 강력한 메시지로 자신의 이미지를 보완해준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 전달하는 느낌이다.


램브란트, 자코메티, 아베돈 등 많은 초상화가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눈은 영혼이다”라고 했다. 어떤 전문가가 찍어 주어도 이것만은 본인이 해야 한다. 앵글만 바라보며 빨리 찍으라고 재촉하지 말고, 행복했던 기억이나 소원하는 것이 이루어진 장면을 떠올리거나, 당당한 자신의 이미지를 이입하며 카메라를 보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이 원하던 이미지의 사진을 갖게 될 것이다. 자신의 안에 있는 정신적인 심상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이미지 관리를 하고 싶다면 사진부터 바꾸어 보자.

"현재 사진 이미지 속에서 지나간 과거의 흔적과 향수가 누설된다"는 유명 사진작가 발터 벤자민의 말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 얼굴이 아닌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해 보라. 사진을 보내는 순간, 상대와의 만남은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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