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는 여성적이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6.02.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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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성공학]스물네번째 글..영화 '내니 맥피'

편집자주 영화 속 이야기는 물론 현실 속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세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온갖 일들이 오롯이 녹아있지요. 이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인생의 모습 속에서 참된 삶과 진정한 성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1.

리더의 덕목, 다시말해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역사속의 위인이라면 나름대로 다 한 마디씩 한 것 같다. 그들 각자가 대부분 리더였다. 자기만의 철학 한 두가지씩이 없었을리 만무하다.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아리스토텔레스)
"지도자는 물과 같이 외유내강(外柔內剛)해야 한다."(소크라테스)



"부하를 사랑하고, 경쟁자에게도 존경을 받고, 지식이 풍부하여 모든 부하가 따른다면 천하 만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제갈공명)
"먼저 엄하게 시작해서 너그럽게 해야 한다. 우선 너그럽다가 뒤에 엄하면 사람들이 그 혹독함을 원망한다."(채근담;홍자성)… 등등.

다 너무 옛날 이야기거나 다른 나라 사람들 아니냐고. 그럼 살아계신 우리나라 분들 말씀도 들어보자
"5% 지시, 95% 확인". 경기고속 허명회 대표의 말이다. 또 도올 김용옥은 "진정한 사회의 리더는 여성적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모두 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들이다. 하지만 난 국가와 사회를 이끌 리더가 아닌데 무슨 소용이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누구에게나 모두 리더의 역할이 주어져 있다. 학교를 나왔다면 후배들이 있기 마련이고, 신입사원이 아니라면 누구나 후배사원 한 둘은 거느리고 있으며, 가정을 이루면 자식들을 이끌어 가야한다.

리더십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일상 생활을 행복하게 보람차게 꾸려갈 노하우이자 삶의 지침이다. 또 세상사란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 내가 정말로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될 지 누군들 알겠나.

# 2.


진정한 리더는 여성적이다!


영화 '내니 맥피'는 환타지 영화다. 엄마가 죽고 아빠 혼자 키우는 말썽 부리는 일곱 아이들과 이를 길들이는 마법사 유모가 주인공이다.

줄거리는 별다른 게 없다. 이런 저런 골치 아픈 문제와 말썽이 있다가 결국 다 행복하게 잘 산단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게 보면 훌륭한 리더십 교과서이기도 하다. 보모인 맥피와 일곱 아이들의 아빠 세드릭은 좋은 리더십과 나쁜 리더십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먼저 맥피를 들여다 보자. 맥피는 아이들과 첫 만남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희들이 원하지 않지만 내가 필요할 때까지 머물 것이고, 원하지만 필요하지 않으면 떠날 것이다." 아이들이 완전히 자립할때까지만 돕겠다는 공언이다. 진짜 리더는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 법이다. 다만 가야할 길을 제시할 뿐. 인생은 결국 자신 스스로가 해결하고 개척해 가야 한다.

맥피는 처음엔 매우 엄격하다. 아이들에게 지켜야 할 규율을 일러주고 따르도록 만든다. 말을 듣지 않으면 마법도 불사한다. 일어나기 싫어 홍역에 걸렸다고 거짓말 하는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 진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물론 환타지 영화이다 보니 이를 감안하고 봐야 하지만, 맥피는 리더란 아랫사람들을 이끌 강력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초반에 엄격하게 대하다가도 규칙을 잘 지킬수록 아이들에게 자애롭게 대한다. 그녀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정확히 지킨다.

또 맥피의 지시는 매우 단순하고 명쾌하다. '제 시간에 잠자고 일찍 일어나라' 등 아이들이 지켜야 할 5가지 사항 뿐이다. 그녀는 단순한 지시를 내리고 그것이 정확히 지켜지는 지 확인할 뿐이다. 그 다음일까지는 시시콜콜 간섭을 일절 하지 않는다.

맥피는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아이들의 투정이라도 일단은 먼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해결한다. 아랫사람과의 대화를 결코 귀찮아 하지 않는다. 또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울 뿐,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완고한 할머니 아델라이드 백작 부인이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을 데려 가려고 할 때, 눈이 나쁜 할머니를 마법으로 속여 위기만 넘기게 해 준다. 하지만 마차에 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들키게 돼 있다. 맥피는 도움을 요청하는 장남 사이먼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힘으로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보렴. 넌 충분히 똑똑하단다."

# 3.

반대로 아빠 세드릭의 경우를 보자. 그는 맥피와는 정 반대의 길을 간다. 예전 그는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며 잘 놀아주던 자상한 아빠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엄마가 죽고 나서, 생활의 문제에 봉착하자 여유를 잃고 아이들에게 그저 엄격하게만 대한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원성을 살 수 밖에 없다. 리더는 어떤 난관에서도 자기 중심을 잃어선 안된다.

아무리 바깥에서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지만, 아빠는 아이들 키우는 일을 보모와 요리사 그리고 하녀에게만 전적으로 맡겨 버린다. 물론 리더라면 아랫사람에게 많은 일을 위임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선 자신이 현장에서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워 보모가 나갈 때마다, 아빠가 하는 일은 겨우 새 보모를 찾으러 다니는 것 뿐이다. 그 전에 아이들이 왜 말썽을 부리는 지, 그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전혀 물어보지 않는다. 리더는 그 순간만을 떼우는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아내의 고모인 아델라이드 부인이 재혼을 하지 않으면 생활비를 끊겠다고 이야기해도 아빠는 그저 혼자 고민한다. 어른들의 문제라 생각해 아이들과 전혀 의논하지 않고 말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아빠가 자신들을 버려두고 재혼할 생각에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생각, 아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말썽만 피운다. 대화의 부족은 사태를 점점 악화시켜 갈 뿐이다.

용기를 내 먼저 대화하기 위해 다가간 장남 사이먼에게 아빠는 자초지종을 털어놓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이 어른들의 일에 간섭하려 한다며 호통만 친다. 사이먼이 "아빤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아이들 뿐이지만 가족들이 힘을 합치면 큰 힘을 발휘한다는 소박한 진리를 아빠는 처음엔 전혀 깨닫지 못한다.

# 4.

서두에 언급한 여러 덕목들 가운데 개인적으론 도올의 이야기가 가장 와 닿는다. '진정한 리더는 여성적이어야 한다'는 말씀 말이다. 아, 마초 기질이 넘치는 남성들이나, 극렬한 페미니스트들 모두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꼭 '여성'이어야 한단 소리가 아니라 '여성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

이는 또 리더에겐 남성적인 요소와 여성적인 요소가 잘 혼합돼야 한단 말이기도 하다. 리더십에서 여성성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섬세'하며 '관계지향적'이라는 부분이다. 경영학적 관점으로 '정보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힘이 경쟁력이다' 어쩌구 저쩌꾸 하는 이야기는 여기선 관두자.

필자의 관심은 우리 모두의 행복이다. '사소한 차이가 명품을 좌우한다'라는 어느 가전제품 광고도 있었지만, 물질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삶의 질은 작은 부분에서 좌우된다. 행복을 만드는 건 큰 게 아니란 소리다.

작은 배려, 소박한 칭찬, 정겨운 수다 등 전통적인 남성상에선 보기 힘든 이런 여성적인 면들이 우리들을 행복한 직장생활로 이끈다. 여자들이야 원래부터 잘 하고 있으니까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남자들이여, 수다 떠는 걸 부끄러워 말자. 칭찬하는 걸 어색해하지 말자. 동료에게 커피 한 잔 타주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폼만 잡는다고 힘이 있다고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진짜 멋진 리더는 실력이 있으면서도 다정하고 매력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나도 사회생활을 즐겁고 행복하게 이끄는 멋진 리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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