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외환銀 M&A와 경쟁정책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2006.01.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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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금융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큰 변수 중의 하나는 외환은행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다. 단순히 자산규모 74조원(지난해 9월말 기준), 시가총액 9조원짜리 큰 은행을 다른 거대그룹이 인수하는 `빅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국내 4강 중 국민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이 인수 출사표를 던진 외환은행의 향배는 정부의 경쟁정책과 관련해 우리 나라 은행산업의 경쟁구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안이다. 상위 2개 리딩 은행그룹이 주도하는 `2강'으로 가느냐, 아니면 아주 크지도 아주 작지도 않은 4곳 정도가 경쟁하는 `4강구도'로 가느냐 라는 것이다.



인수의사를 밝힌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가 약 280조원에 이르러 자산규모 189조원으로 2위인 신한금융그룹을 따돌리고 압도적인 1위가 된다. 3위, 4위인 우리ㆍ하나금융과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러한 불안정한 구조는 결국 하위 그룹의 후속 M&A를 강제해 은행산업의 경쟁구도가 2강으로 압축될 것이다.

 또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는 현재의 4강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이 180조원 수준의 자산을 갖추게 돼 `국민은행ㆍ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 4곳이 압도적 1위가 없는 상태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지금까지는 은행산업의 경쟁구도와 관련해 `큰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 정부가 M&A를 일방적으로 장려해왔다. 그러나 이제 금융그룹의 규모가 커져 과점경쟁이 정착된 상황에서는 소비자 후생 면에서 은행산업 경쟁구도를 2곳 정도로 더 압축하는 것이 좋은지, 현 4강구도를 지속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할 때가 됐다.

 주식시장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쪽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소매금융에 강한 국민은행이 기업금융과 외환업무, 그리고 해외네트워크에서 앞서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시너지를 더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해도 주요시장 점유율이 50%가 안되기 때문에 경쟁당국이 공정거래법에 의해 M&A를 거절할 문제는 없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 전체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문제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은행 빅4그룹의 자산이 100조원 이상 되는 환경에서는 외환은행 M&A와 관련 은행 경쟁구도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 외환은행을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 `승자의 저주'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금융산업 경쟁구도는 각 금융당국의 선호에 따라 다르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은행 대형화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는 곳에선 합병 승인에 대한 관점이 유연하지만 호주ㆍ캐나다는 은행 합병의 반경쟁적 요소에 대한 당국의 불신이 높다.

캐나다는 98년 자산순위 1위 캐나다왕립은행과 3위 몬트리올은행의 합병을 반경쟁적이라며 거부한 적이 있고 호주는 4강정책(4 pillars policy)이라 해서 상위 4개 은행의 합병을 정책적으로 금지하다시피 했다. 우리도 선택을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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