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삼성 옥죄면 누가 이득보나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2005.11.3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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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법, 개혁의 본질을 되묻는다..'재벌 개혁' 대신 '오너 경영'만 약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 어떻게 개정될지 궁금하다. 이해당사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한데 파열음은 요란하다.

법개정의 논점은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가 금산법에서 규정한 한도를 초과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 열린우리당은 '분리대응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금산법 제정(97년 3월) 이전에 취득한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은 불문에 부치되 5%가 넘는 부분에 대해 의결권만 제한하고 법 제정 이후에 취득한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25.6%) 가운데 5% 초과분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해소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모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대의 취지는 전혀 다르다. 한나라당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민노당은 '재벌개혁의 후퇴'를 이유로 내세운다. 참여연대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열린우리당의 개혁의지를 노골적으로 의심하고 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거꾸로 '삼성전자도 적대적 인수합병(M&A)를 당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이렇게 극단의 이견이 맞서는 걸 보니 확실히 삼성은 한국경제의 화두임에 틀림없다. 결과는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국회 상임위와 소위원회 등을 통해 윤곽이 조금 더 드러나더라도 결국 표결까지 가면 어찌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금산법 개정 작업은 이렇게 요란하면서도 '법취지'와 '경제 현실'이라는 본질로부터 겉돌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금산법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재벌개혁이다. 열린우리당의 개혁론자들도, 민노당도, 참여연대도 모두 재벌개혁을 외치며 금산법 개정을 촉구한다. 여기서 금산법 개정이 결과로서 무엇을 가져오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열린우리당의 '분리대응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돼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카드는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초과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초과지분 3.47%는 의결권을 잃게 된다.


결국 금산법 개정안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 약화를 초래한다. 삼성전자 주식 3.47%는 시가로 3조원을 넘는다.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으로는 어림도 없다.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으면 이 정도 재원이 나오지도 않는다. 오너체제하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할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3%대의 의결권 제한만으로 당장 총수의 지배력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애매한 지배구조를 더 애매하게 만들 뿐이다. 가장 온건한 안인 '정부안'이 채택되더라도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의결권이 제한되는 건 변함이 없다.

금산법의 취지와 경제 현실간의 간격은 이렇게 벌어져 있다. 재벌개혁을 법취지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오너경영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효력을 미친다. 경영권을 흔들어 방어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훨씬 높다.

만약 그 '개혁'의 초점이 소수지분으로 총수가 기업을 지배하는 한국적 오너경영의 현실을 전면 부정하는 쪽이라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삼성의 경영권을 오너 일가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명제를 전면에 내걸고 국민적 동의를 보다 명확히 구해야 한다.

다른 그룹이야 금산법에 심각하게 엮인 곳이 없으니 '삼성'만 끄집어 내면 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당론을 정하면서 '권고적'이라고 한 발 물러선 걸 보면 이도 저도 아니어서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법률이 경제현실과 따로 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혁'은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다. 경제 전체의 이익을 키우고 정의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그렇다면 금산법과 그 법의 개정이 과연 이익을 키우는지, 정의를 바로 세우는지 '현실'에 대입해 꼼꼼히 되짚어봐야 할 때다.

'정의'를 주장하는 측도 개혁의 목표를 얼버무리지 말고 확실하게,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오너가 가진 지분만큼만 경영권을 발휘하는게 개혁인지, 그렇게 가다가 결국 삼성이 오너경영을 청산해야 된다고 믿는지의 여부도 소신껏 주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가부를 따져야 이 모호한 금산법 딜레마 끊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가능성이나 법소급적용이 헌법에 합치하는 지 등을 따지는 건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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