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합격'과 '부동산 컨설턴트'

봉준호 닥스클럽 대표 2005.06.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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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살 맛 나는 부동산-

더위가 서서히 거리의 행인들을 옥죄어 온다. 아스팔트의 열기와 흐르는 땀... 쏟아지는 잠과 나른한 오후...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면 6월의 끝 자락이 보인다.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사법고시 2차 시험이 있었다. 마지막 시험이 끝나면 기나긴 방학에 들어간다. 6월말부터 12월까지 거의 6개월… 한 학기를 완전히 쉬고 나면 12월 초순쯤 합격자 발표가 있다. 이 6개월의 기간이 사법고시 2차 수험생들에게는 아주 힘든 기간이다. 끝까지 해보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은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약속한 사람들은 뭔가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 술을 푸다.

7월 1일 닥터봉 부동산 아카데미의 신입사원 환영회가 있는 날이다.



<15:00 PM> 부산 송정… 해변의 트럭 커피 카페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든다. 블루마운틴을 한잔씩 시키고, 그 향기를 느낄 때면, 트럭에 매달린 거대한 스피커엔 고등학교 시절 까까머리를 하고, 전파사 앞에서 듣던 추억의 명곡들이 쏟아진다. “비틀즈의 Yesterday… 로드스튜어트의 Sailing …” 10명의 신입 사원들과 회사 스탭들이 만나 인사를 나누고, 향후 진행 일정과 우리의 목표를 이야기한다.

<17:00 PM> 바다가 훤히 내다 보이는 해운대 해변 횟집으로 이동했다. 맥주 20병과 소주 20병. “브라보!!!” 딱 이만큼만 마시는 거다. 살아온 얘기, 군대 얘기, 대학 시절 얘기, 사귀고 있는 이성 이야기… 바다가 나를 마시고… 멀리서 수평선을 가르고 다가오던 고기잡이 배는 어느새 술잔 속에 빠져든다. 츄리닝 입고, 고시원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웬 사연들이 저렇게 많은지? 술병은 다 비어가고, 술상 위의 산낙지가 다시 꿈틀거리면서 시야가 흐려온다.

<20:00 PM> G호텔 지하 C나이트클럽.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이젠 서로가 어떤 사람인가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시간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리듬터치’들도 합석하고, 각자의 지인들도 모여든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이야기하고 꿈을 꾼다. 내일부터는 해병대 훈련을 능가하는 고된 업무가 시작된다. 새로운 도전, 그리고 아픈 일들은 잊어버리기… 반짝거리는 무도장의 조명만큼이나… 힘차게 밀려오는 Woofer의 강한 비트만큼이나… 다이나믹하고 기대되는 새로운 시작이다.


◆ 낙산, 그리고 난곡 (2개월)

<처음 한 달> 집의 철학, 집의 기초와 한계를 배우는 시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싸고, 가장 높은 곳에 지은 집들을 보여주면서 상세히 설명해 준다. 주택의 한계를 보고 나면 평지에 있는 집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살기 좋은 것인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서 일정 구역 내 주택들을 하루에 10집 이상씩 들어가보고 ‘보고서’를 써야 한다. 시세와 가격, 어느 곳이 살기 좋고, 어느 곳이 오를 것 같고, 어느 집들이 문제점이 있는 지 등등. 주 80시간을 철저하게 배분해서 서울 시내에 포진한 모든 재개발 구역과 재건축 대상지들을 전부 다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보는 것, 경험하는 것 자체가 힘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 한 달> 서울시 및 경기도에 있는 2000 평 이상 크기의 나대지 상태의 땅을 전부 다 가 봐야 한다. 1만분지 1짜리 지도 한 권을 옆에 끼고, 매일 1군데 이상씩 가봐서 ‘Report’를 써야 한다. 한 달을 돌아다니면 웬만한 땅을 다 알게 된다. 어느 전봇대 밑에 어느 개가 묶여 있고, 어느 담에 어느 이불이 널려 있고, 어느 동네에 무슨 색 빨랫줄이 늘어져 있는지…

◆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과 건축법, 주택법, 부동산 정책 시행 근거 (1개월)

신입 사원들이 가장 잘 하는 시간이다. 한 달 동안 매일 배우고, 외우고, 시험 본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수업, 저녁 식사 후에는 밤새우러 도서관에 가야 한다. 그 다음 날 9시부터 10시까지 어제 배운 것에 대한 시험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80점 미달자는 당연히 ‘집으로’ 가야 한다. 그들은 그동안 공부해 온 습관으로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듯이 아주 빨리 외워버린다. 한 달이 지나면, 누구의 어떤 질문에도 정답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고, 법규집을 꺼내고 몇 페이지 몇째 줄이라고 펴서 증명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

◆ 모델하우스, 부동산 사무실과 상가 분양 사무소 (2개월)

<처음 한 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가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달 내에 1인당 모델 하우스 전단지를 300개 이상씩 모아와야 하므로, 하루에 10군데 이상씩 가봐야 한다. 인터넷과 광고로 검색하여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고, 도면, 배치, 인테리어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상담을 받고, 모델하우스 위치와 현장을 평가하고, 주어진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한 달 내내 돌아다녀도 시간이 부족하다.

<다음 한 달> 택지 개발지구 인근의 가장 바쁜 부동산 사무소와 상가 분양 사무소에 파견 근무하는 시간이다. 전, 답, 임야, 대지 등 수백명의 고객들에게 물건을 브리핑하고, 조사하며, 땅을 수용당한 사람들의 대토 용지를 찾아 주는 작업을 한달 하면, 부동산 투자라는 행위를 하는 일반인의 실상을 알게 되고, 땅에 눈을 뜨게 된다. 상가 분양 중인 곳들 중 어려운 택지개발지구의 중심상가 분양 사무실에서 호객 행위와 전단지 돌리기와 분양 상담을 해보다가 스스로 분양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면서, 나도 이제 할 수 있겠다는 행복한 자신감을 터득할 수 있다.

◆ 부동산 Development (15일)

땅을 사고, 땅을 모으고, 땅을 만드는 과정을 배운다. 돈을 빌리고, 돈을 갚고, 돈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입지와 상권을 분석하고, 사업성을 분석하고, Concept과 Plan을 잡는 방법을 배운다.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을 분석하고, 부동산을 판매하고, 부동산을 산 사람들을 관리하는 기법을 배운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아름답지 못한 것을 배제하는 현실적이고 이지적인 삶의 노하우를 터득한다. 스스로 시장 원리를 깨닫고 하나, 둘… 체크리스트를 충족시켜가면, 성공은 손에 잡힌다.

◆ 떠나는 자와 남는 자

12월 초순… 사법고시 2차 합격자 발표날이다. 우리 직원들은 누구나 다 무덤덤하다. 오랫동안 공부해 온 사법 시험 합격도 좋겠지만, 아니어도 ‘부동산 컨설턴트’라는 더없이 좋은 직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명 중 3명에서 5명 정도가 2차에 합격한다. 합격자는 대부분 합격되는 3차 면접 시험을 치루고, 2월이 되면 사법 연수원에 들어간다.

흰 눈이 내리고,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저녁…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추위에 코트 춤을 여민다.

서울의 삼겹살집… 아카데미 멤버들과 스탭(Staff)들이 모여든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술 한 잔… 술 두 잔… 술 석 잔… 지하철이 끊어질 시간이다. 떠나는 자가 술값을 계산한다. 떠나는 자든, 남는 자든 경우(境遇)가 있는 사람은 예쁜 사람도 소개 시켜주고, 집으로 돈 버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닥터봉 아카데미… 남는 자들에게도, 떠나는 자들에게도 푸른 들판과 같은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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