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하는 첫번째 이유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5.06.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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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부정부패는 개인과 조직 모두를 망쳐

여러 회사를 다니며 컨설팅을 하다 보면 대기업 및 공공기업에 대한 평가를 많이 듣게 된다. 유통 회사에 자재를 납품하는 회사의 사장으로부터 들은 얘기이다.
 
"S 백화점이 제일 거래하기 좋습니다. 그야말로 정당하게 평가하고 평가에 의해 납품 여부가 결정됩니다. 가격도 무리하게 후려치지 않습니다. 빡빡하긴 하지만 맘은 편합니다. 또 일체의 선물이나 향응도 배제합니다. 그래서인지 거래하기 좋습니다."

"반면 지금은 망한 N 백화점은 한 마디로 복마전이었지요. 거기 근무하는 대리는 명함이 두갭니다. 하나는 백화점 명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납품합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사돈의 팔촌 결혼식, 백일잔치 초대장까지 다 보냅니다. 야유회, 체육대회, 회식 등 온갖 행사의 스폰서를 하라며 우리를 괴롭힙니다. 우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람의 청탁이니 안 들어줄 수도 없고, 참 힘들었지요. 그러니 그런 회사가 안 망하고 버티겠습니까."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로부터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모든 자동차 회사에 납품을 하다 보니 비교가 되더군요. 어떤 회사가 승승장구할 것인지, 어떤 회사가 망할 것인지 대번 알겠더군요. M사의 직원이 제일 깨끗합니다. 실무 과장이 웬만한 것은 다 결정 하는데 품질, 납기, 가격만 맞으면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까다롭긴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스펙(납품기준)을 통과하면 그다지 머리 아플 일이 없어요."



"반면 지금은 망한 L 사는 갖은 이유를 붙이면서 결정을 안 하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리베이트 때문이더군요. 그게 관행이라나. 그러니 회사가 안 망하겠습니까?"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부정과 부패이다. 단기적으로는 달콤하다. 누구도 모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독(毒)이다. 개인과 조직을 모두 망치는 주범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부패를 저지르는 본인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저지른 행위지만 점점 대범해지고 감각이 무디어진다. 그러다 결국 들통이 나고 파멸하게 된다.
 
또 그렇게 벌은 돈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은 없다. 쉽게 얻은 돈은 쉽게 나가기 때문이다. 설혹 들통이 안 나더라도 늘 불안해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세무 공무원을 오랫동안 하면서 부정한 돈을 모아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

은퇴를 한 지 꽤 되었지만 그는 지금도 돈 있는 티도 못내고, 돈을 맘대로 쓰지도 못한다. 주변의 시선이 무섭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식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돈이란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결국 부패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본인인 것이다.
 
다음 희생자는 조직이다. 부패한 조직은 암에 걸린 사람처럼 오래 생존할 수 없다. 암세포는 본연의 임무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오직 그들의 확산에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또 조직이 죽기 전에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부패한 조직은 절대 오래 갈 수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루살이처럼 단기간 반짝하고 죽는 그런 성공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공을 누구나 바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의 화두는 지속성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윤리경영이다. 윤리경영은 지속 가능한 조직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윤리경영이다. 무엇을 하라고 하는 대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

회사 돈으로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여직원에게 성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 관련 업체에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규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윤리경영이다.
 
생산성이 높은 조직은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가능한 적게 쓰는 조직이다. 윤리경영이 좋은 이유는 그런 영양가 없는 곳에 쓰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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