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또는 '우발적인 사고' 정도로 덮어 두는 것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사회의 냉랭한 눈길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처장단 전원사퇴, 시위학생 징계방침이 나오고 어윤대 총장이 "100주년 기념사업만 아니라면 나도 물러나고 싶다"고 통탄까지 한 것을 '너무 앞서간다'고 의아하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러나 더 이상 문제를 키우는 건 삼성도, 고대를 사랑하는 시민들도 바라지 않을 것 같다.
어윤대 총장과 이 회장은 학위수여식 당일 이런 통화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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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생들의 시위가 있어서요…안 나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옷을 두벌 더 준비했습니다. 계란 세례를 맞더라도 참석하겠습니다"
이 회장은 진심으로 고대 100주년을 축하하며 명예박사 학위를 기쁘게 받으려 했던 것 같다. 뜻밖의 봉변을 당한 게 아니라 봉변을 감수하고서라도 참석할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고대측이 미안해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 회장도 처음부터 각오하셨던 만큼 크게 문제삼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전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시위학생들의 행동은 사실 그들의 생각에 일부라도 동조하고 있는 단체, 조직들 모두에 부(負)의 효과를 가져온 셈이됐다. 오히려 세계적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삼성의 기업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시위학생들은 '노동탄압'과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 또는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라는 이슈간의 불균형이, 무게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다는 사실을 가볍게 생각했다. 20대의 '투쟁감각'이 어쩌면 그렇게 낡았는지 의아할 정도이니, 오히려 그들의 순진함에 동정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수가 얼마나 되든 뿌리깊은 '반기업' '반삼성'의 정서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문제는 고대 보직교수들이 사퇴하거나 시위 학생 일부를 징계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사회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반기업 정서가 누적된 수십년의 역사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유감인 것은 사사건건 삼성 관련 이슈에 매달려온 시민단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편이 다음에 삼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데 더 유리한 게 아닐까 싶은데 그 흔한 '논평'을 찾아볼 수가 없다.
4일 아침 출근 길에 이런 대화를 들었다.
"정신 없는 애들이네" "사회 나오면 철 들겠지"
고대 입장에서는 이러한 류의 수 많은 가벼운 대화들이 부담스럽고 두렵겠지만 단 칼에-아주 강력한 사태 수습책으로-빨리 덮어 버리고 싶다는 욕심이 자칫 상처를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