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강남집값 잡기 '올인'의 그늘

머니투데이 방형국 부장 2005.05.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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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문사 여기자 후배가 고민 좀 풀어달라며 몇년만에 메신저로 연결해 왔다. 고민이 뭔가 들어봤더니 집을 사기로 결심했는데 어디다 사야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옥수동이나 금호동쯤이 좋은데, 주변사람들이 놔두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강남으로 가라", "강남집값이 더 오른다", "애 교육을 생각해서라도 강남이어야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그룹 신사옥 보고 양재동으로 오라"는 친구, "잠원동 재건축 아파트가 최고다"라는 직장 동료 등등 쏟아져 나오는 훈수(?)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 집사는 걸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자기 능력은 요만큼인데, 주위에서 (집값이 크게 오를 거를 대비해서)"여기에다 사라", "저기에다 사라"하니까 머리가 아팠던 것이다.



기자가 쓰는 컬럼에 붙어있는 댓글을 봐도 현기증이 들곤한다. 집값안정대책으로 학군제도를 없애고 명문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라는 급진적인 의견에서부터, 분양권전매를 원천금지시키자거나 좋은 학교와 문화시설, 기반시설을 강북에 만들어 강남북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지적까지 다양하다.

강남타령 좀 그만 하라는 하소연과 함께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대로, 내리면 내리는데로 놔두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는 꾸짖음도 눈에 띠고, 금리를 올리면 집값이 당장 잡힐 것이라는 주장도 적잖게 개진돼 있다.

전문가들도 주택문제 해법에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택 보유세를 높여 부동산 보유의지를 약화시키려는 정부방침에 대해 세무 관련 관료들을 관료대로, 교수들은 교수대로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고, 금리를 인상해서라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에도 관련 공무원간에 커다른 시각차가 드러나 있다.


아마도 교육정책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주택정책일 게다. 소득수준, 살고 있는 지역, 교육환경 등등의 여건에 따라 의견이 다르고, 주장이 각각이고, 해법이 천양지차다. 주택정책 관련 기사가 신문 1면에 자주 오르내리는 지구상에 홍콩과 대한민국 두나라뿐이다. 그만큼 주택시장이 불안하고, 교육문제와 함께 집문제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강남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도 다반사다. 분양승인을 조건으로 분양가 인하를 유도했는데, 24, 34평형 분양가는 내려갔지만 서민을 염두에둔 12평형 분양가는 오르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12평짜리 아파트를 임대사업자가 사더라도 임대사업자는 전세와 월세를 올리는 것으로 책임을 전가할 게 뻔하다. 서민만 손해를 보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강남잡기에 `올인`하다가 자칫 주택정책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값안정의 기본인 공급이 차단될 수도 있다. 특히 수요가 계속 일어나는 원인을 잘 파악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특단의 미봉책`이 남발될 수 있다.

기자의 후배와 같이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강남에다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왜 생기는지를 사회 전반의 구조에서 정확하게 찾아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마음놓고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주택정책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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