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깡통의 주범, 기타법인의 정체는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5.01.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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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행사가격 115.0이 만기일인 13일 마감동시호가 10분만에 휴지가 됐다. 1계약당 5만3000원 하던 것이 0원이 된 것.
결제지수인 코스피200지수가 115.01로 마감, 0.01포인트 차이로 행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주범은 프로그램 비차익매수였다.

비차익매매는 마감 단일가에 1000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며 결제지수를 114.51에서 115.01로 끌어올렸다. 차익거래에서는 만기일 매도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대로 500억원 가량의 매도우위였으나 이를 훨씬 능가하는 예측하지 못한 비차익매수에 풋 매수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비차익매수를 실행한 매수주체는 투신권과 '기타법인'. 우선 투신권의 매수는 선물과 옵션간 차익거래인 리버셜포지션(선물매도+합성선물매수)의 청산으로 분석된다.

옵션만기일 콜옵션매수와 풋옵션 매도로 구성한 합성선물매수 포지션을 현물로 전환해 선물매도와 현물매수의 새로운 차익거래 포지션으로 갈아탄 것이다. 이는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변수였다.



복병은 기타법인의 비차익매수였다. 기타법인은 이날 887억원의 순매수를 보여 투자주체중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평소 매매규모가 작고 시장에 이렇다할 영향을 준 경험이 없는 기타법인의 이날 주식매수는 한마디로 풋옵션 매수자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기타법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증권, 보험, 투신, 은행, 종금및 상호저축은행, 연금 기금 및 공제회(이상 기관) 등을 제외한 내국법인으로 분류돼 있다.

기관이 아닌 카드사, 신협, 할부금융 등의 법인이 주식을 샀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의 주식운용 규모는 지극히 미미하다. 이때문에 증시관계자들은 기타법인으로 분류되는 자문사가 만기 동시호가를 이용해 주식편입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운용을 위임받은 자문사가 한꺼번에 15개 종목이상의 주식을 대량으로 샀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측은 "최근 신규로 자금이 집행된 것은 없다"며 "기존 자금이 집행됐거나 아니면 인덱스펀드의 선물 포지션이 현물로 교체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시가기준 5조5000억원 가량을 운용사, 자문사에 일임하고 있으며 자문사가 운용하는 규모는 전체의 1/3 수준이다.



비차익매수로 활용된 창구는 외국계증권사인 리먼브라더스로 전해졌다.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차 KT SK텔레콤 포스코 등 지수관련 대형주 매수창구 상위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운용에 들어가며 해당종목에 대한 주식편입이 동시에 이뤄졌다고 보았다. 하지만 ELS는 한두 종목을 편입한다는 점에서 비차익매수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ELS 운용자가 삼성전자 등 특정종목을 종가에 대거 사들였을 가능성은 있다.

한편 예측하지 못한 기타법인의 비차익매수로 풋 115.0 매수자들은 10분만에 72억원을 잃었다. 최저 호가단위인 0.01포인트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셈이다. 2003년10월 만기일에도 결제지수가 94.99로 마감했고 당시에는 콜 95.0 매수자들이 0.01 차이로 '깡통'을 차는 드라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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