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이미지관리]최초의 3분을 잡아라(1)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사장 2004.11.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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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 탓일까. 누런 낙엽들 못지않게 건조한 안색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이미지 전달이 가장 중요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고 쑥스러워 그 전달이 영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를 처음 대하는 자리에서 나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떠올려보자. 말없이 밥만 먹지는 않았는가? 누군가가 말을 시작하기를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다음의 몇 가지 요령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우선 만남의 성격이나 참석자에 대한 정보를 미리 넉넉하게 챙겨서 가면 자신감도 있고 열린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그 정보들을 토대로 관심을 보이는 질문도 하고 관련된 얘깃거리를 꺼내면 대화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첫 만남에서는 정치나 경제 같은 심각한이슈보다는 취미나 운동, 여행과 같은 부담 없는 화제를 꺼내는 것이 좋다.
 
 한번은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된 명문 고교 동창 모임에 게스트로 참석한 일이 있다. 모임은 금융계, 대기업 전무, 외교관 등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는 15명 정도의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나는 참석하기 전에 참가자의 리스트를 구해 개개인의 대화거리를 찾았다.
 
 예를 들어 은행의 부행장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은행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최근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 은행의 최근 바뀐 로고의 의미까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업계의 최근 이슈와 뉴스를 검색해 보았으며, 모 국가의 대사로 곧 떠날 분과는 해당 국가의 특성과 관심사를 염두에 두었다. 이렇게 준비한 덕분에 낯선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 편안한 대화의 자리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나에게 호의적이기만을 기대하며 참석했더라면 그저 불편하고 서먹한 자리였을 것이다.
 
 또한, 첫만남에서 지나친 자기어필은 삼가는 것이 좋다. 겸손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음식을 타박한다거나 환경을 비난하는 부정적인 말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얼마 전 일식집에서 어떤 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데, 달걀찜이 나오자 어떤 분이 당시 이슈였던 조류독감 얘기를 꺼냈다. 순간 잘 먹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머쓱해졌음은 물론 모임의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졌다. 사람이 적게 왔다는 둥 테이블이 협소하다거나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동참자가 아닌 평가자의 입장에 선 것 같은 언행을 하면 매사에 투덜대기만 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주게 된다.
 
 말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각적인 요소라는 점을 잊지 말고, 만남을 반가워하는 표정, 말을 하고 들을 때 자주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 고개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침으로써 동의하고 있다는 경청의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멀리 있는 음식을 옮겨주거나 불편을 덜어주는 호의적인 태도를 한두 가지만 보여주면 상대방이 나를 인상깊게 기억할 것이다. 어느 사장님은 상대방이 청탁을 할까봐 아주 친한 상대가 아니면 명함을 주기가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명함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나이에 따른 위계서열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의 나이부터 따지려 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업무에서 나이를 따져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는 것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상대방에게 나이를 묻고는 자기보다 아래인 것으로 밝혀지면 “아, 그럼 내 막내동생 뻘이네”라고 하며 은근슬쩍 말을 놓거나 태도가 방만해지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지극히 개인적인 만남이라면 모를까, 이러한 태도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든다.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적다 하여 그 사람을 아랫사람 대하듯 할 것인가? 공적인 모임이나 비즈니스 석상에서 몇 년 생인지, 몇 살인지를 묻는 것은 대단히 실례이다.
 
 모임이 끝나자마자 혹은 끝나기 전에 서둘러 슬쩍 자리를 뜨면 이 만남에 별 가치를 안 두는 모습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바쁜 일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자리를 빨리 떠야 하는 경우에는 시작할 때 미리 양해를 구하도록 한다. 헤어질 때는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한 감사와 유쾌함을 꼭 마무리 인사말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첫 만남에서 지나치게 친근하게 접근하면 상대가 부담을 느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처음 만난 날 다짜고짜 다음 주에 찾아 뵙겠다거나 골프 약속을 청하는 것 등은 삼가도록 한다.
 
 한 번을 만나도 인상적인 사람이 있고, 몇 번을 만나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 사람이 있다. 정치인이나 CEO들은 물론이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낯선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이미지를 선명하고도 긍정적으로 남겨야 하는 수많은 상황에 처하곤 한다.
 
 ‘이미지’ 하면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여러 시청각적인 표현들을 통해 그의 감정과 사고를 읽게 되며 이를 통해 그 사람의 이미지를 인식한다. 뭔가를 얻어내려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궁색함이면 결코 좋은 첫인상을 전하기는 어렵다. 그저 좋은 만남에 감사하고 ‘제가 도와드릴 것이 있다면 언제든 내게 말하세요’하는 당당한 나눔의 마음에서 출발한다면 미소 훈련따위는 하지 않아도 이미 여유있는 그 표정이 인상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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