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웃기는 사장님, 즐거운 회사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3.05.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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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장품 C 회사 사람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전체적으로 젊고 여성 비율이 높아서인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주말이고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힘이 생기고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늘 엄숙하게 굳은 사람들만 상대하던 나는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노하우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워크숍이 끝날 때쯤 대강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장이 즐거움(fun)과 유머와 웃음을 강조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 회사 사장은 늘 이렇게 얘기한단다. "우리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파는 회사입니다. 의식을 안 하더라도 얼굴 자체에서 웃음이 넘치고 친절함이 묻어나야 합니다. 엄숙하고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손님이 불편해하지요. 오던 손님도 발길을 되돌리게 됩니다. 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세요. 특히 매니저급에게 유머는 필수적입니다...."

행동도 뒤따라 그 회사에서 가장 잘 웃기는 사람이 바로 사장이란다. 사장님부터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워크숍 중간에 매니저 한 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는 이 회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보다시피 저는 생겨먹길 엄숙하고 재미없게 생겼지요. 얼마 전 사장님이 제게 유머 감각을 키우고 좀 더 많이 웃도록 노력하라며 경고(?)를 하셨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유머감각을 키우고 많이 웃을 수 있겠습니까?"



사장님의 목적은 웃음이 넘치는 직장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웃는다고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회사의 성과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고 종업원의 만족도, 고객만족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잘 나가는 벤처회사와의 워크숍도 비슷한 영감을 내게 주었다. 벤처지만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회사다. 직원도 2 백 명이 넘는 수준이다. 꽤 큰 기업이지만 그 회사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분위기 좋은 대학원생 분위기였다. 잘 웃고, 떠들고, 점심시간이면 나가서 사장부터 과장까지 같이 족구하고... 결정적으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스스럼없는 분위기였다.

그 워크숍에는 과장부터 사장까지 약 30명 정도가 참석을 하고 있었다. 조직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어냐는 질문을 던지자 젊은 과장이 손을 번쩍 들면서 얘기했다. "이번 질문에 대해서는 연구소장님이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그 순간 모두가 배를 움켜쥐고 웃는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연구소장은 쭈빗쭈빗 일어나서 조직성공을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한다. 잠시 후 임파워먼트가 안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거꾸로 고위임원 한 분이 손을 번쩍 들면서 얘기한다.


"이번 질문에 대해서는 개발실의 박 차장이 대답을 하시겠습니다. 그 방면에 전문가거든요...." 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같이 웃고는 있었지만 내심 무척 놀라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일개 과장이 연구소장을 상대로 저런 장난을 할 수 있을까?

나이 차이도 나고 직급 차이도 큰데 저런 장난을 할 수 있고 또 받아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무얼까? 워크숍이 끝나갈 무렵 고위임원에게 개인적으로 그 질문을 던지자 그가 하는 말 "우리 회사는 벤처이지만 상대는 다 거인들입니다. 또 기술개발은 생존의 필수요건입니다. 기술개발에서 한 발짝만 늦어도 우리는 시장에서 사라지지요. 빠른 기술개발의 열쇠는 창의성이고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스스럼없는 문화지요. 문제점에 대해 누구라도 사장에게 얘기할 수 있고, 사장 또한 그런 얘기를 누구에게나 할 수 있고, 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 그것은 우리회사의 숨구멍 같은 겁니다. 그런 문화가 없어지면 저희 회사는 사라지는 겁니다."

오마에 켄이치는 최악의 리더십은 잔소리에 의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반대로 최선의 리더십은 사명에 의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즉, 자신이 좋아서 그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성과가 나게 되는 것이다. 돈을 벌고 싶다고 돈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돈이 붙는 사람이 있다. 돈을 벌려고 아둥바둥 하기보다 돈이 붙는 매커니즘을 파악하여 돈이 붙게끔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성과도 마찬가지다. 성과를 내고 싶다고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고 성과가 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를 내게끔 하는 데 최선의 요소가 바로 분위기이고 문화인 것이다. 지금의 분위기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고 하면 어떤 분위기를 가진 직장을 만들것인가? 그걸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이것이 오늘 경영자가 질문할 내용이다. 성과는 그 조직이 가진 분위기와 문화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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