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기회를 찾고,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고 이를 다듬는 자로서의 역할,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사람을 모으는 자로서의 역할,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자로서의 역할, 기술개발자로서의 역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상품과 회사를 알리는 자로서의 역할, 사람이 늘어나면 관리하는 자로서의 역할... 이런 것은 그 기업이 처한 상황, 산업특성, 성장속도, 회사 규모에 달라진다.
잘 나가는 중견기업 김 사장에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외형으로 100대 기업에 속할 만큼 매출과 수익이 좋지만 그는 늘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최소화로 하고 새로운 사업을 어떻게 펼칠 것이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성의 법칙에 따라 우리 인간은 익숙해진 역할만을 계속 수행하려고 한다. 직접 모든 사안을 챙기려는 사람은 몇 백명 되는 규모의 회사가 되어도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기술개발보다는 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함에도 엔지니어 출신이고 그 업무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술홍보에 비중을 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박 회장은 타고난 사업가이다. 그는 늘 농담 삼아 이렇게 얘기한다. "내게는 돈이 날라 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돈 날라 다니는 것이 보이니 저는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나이에 엄청난 돈을 벌었고 그를 만나본 외국인들은 그가 돈 냄새를 잘 맡는다고(He can smell the money) 칭찬을 했다.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고, 부실한 기업을 사 들여 든든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면서 큰 부를 축적했다. 돈 날라 다니는 것이 보이는 만큼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어느새 조그만 벤처에서 10개가 넘는 회사를 거느린 그룹 총수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일하는 방식은 5명과 일하는 벤처 때나 기 천명이 넘는 직원을 둔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돈 관련된 결재는 직접 하고, 웬만한 사안도 자신이 관여해야 직성이 풀렸다. 직원에게 제대로 권한위임을 하지 않고 직접 챙기다보니 부하직원들은 모두 그의 얼굴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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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그룹 곳곳에 빠른 판단과 결정을 요구하는 일투성이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로 인한 비용과 시간의 낭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해외사업까지 벌이면서 회장의 해외출장까지 잦아지자 그 그룹은 거의 멈춘 듯이 보였다.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신생 벤처에서 창업자의 역할은 냉혹하게 변한다. 이 사실을 부인하면 그는 회사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결국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벤처사장들은 리더의 역할은 계속 바뀐다는 점을 유념해야만 한다. 늘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잘 하는 일이 무엇일까 에서 현재 이 조직이 내게 바라는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때 그 기업의 미래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한스컨설팅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