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감독 "유아인 캐스팅, 후회 없다"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4.05.0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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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 /사진=넷플릭스'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 /사진=넷플릭스


김진민 감독이 '유아인 리스크'를 감수하고 신작 '종말의 바보'를 선보이며 허심탄회한 심경을 밝혔다.

김진민 감독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로 전 세계 190여 개국 시청자들을 찾아가며 작품과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종말의 바보'는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12부작 시리즈.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이 작품은 김진민 감독이 '인간수업'(2020), '마이 네임'(2021) 등 넷플릭스 시리즈를 연달아 흥행시킨 뒤 내놓은 차기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웰메이드 드라마 '밀회'의 정성주 작가가 극본을 쓰고 '대세' 안은진이 여주인공 진세경 역을 꿰차며, 큰 기대를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톱배우 유아인이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이자 세경의 오랜 연인 하윤상 캐릭터로 합류, 든든한 라인업이 꾸려진 바. 하지만 지난해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터지며 '종말의 바보'는 공개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난항을 겪게 되었다.

약 1년의 기다림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만큼, 김진민 감독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공개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싶다. 넷플릭스가 고민이 많았을 거 같다. 어쨌든 내부적으로 좋은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솔직한 제 마음이다. 정말 많은 배우, 스태프분들이 고생을 엄청 많이 했는데 다행히 공개되어 한시름 놨다. 중간에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며 '잘 나올 수 있을까, 오픈됐을 때 어떨까' 등 여러 생각을 가졌다. 모두가 고생을 꽤 많이 한 작품이기에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어쨌든 생각보다 빨리 나와줘서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종말의 바보' 감독 "유아인 캐스팅, 후회 없다" [인터뷰]

유아인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심경은 어땠을까. 김진민 감독은 "저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절차들이 진행되는 걸 보면서 저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구나 했다. 저 사람의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다 맞물려 돌아가겠다, 그 정도 생각만 했다. 제가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려와 달리, 편집은 유아인 논란과 별개로 작업이 진행됐다고. 김진민 감독은 "그 배우(유아인)의 특정 일 때문에 고의적으로 뺀 부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애초부터 스타라고 두드러지게 편집하지 않았고, 이야기에 충실하여 끌어갔으니까. 안은진이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전성우(성재 역), 그다음이 유아인이었다. 유아인 역할은 원래도 피날레에서 드러나는 인물이었다. 이 상황을 피할 수 있었으나 피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남자의 느낌을 전하는 거였다. 그래서 고의적으로 컷을 많이 잘라내거나 하지는 않았다"라며 연출자로서 뚝심을 엿보게 했다.

비록 우여곡절을 안겨주긴 했으나, 유아인 캐스팅에 후회는 없다는 김진민 감독. 그는 "유아인을 섭외한 건 제일 먼저 캐스팅한 1순위, 안은진 때문이었다. '안은진이 연기를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가 누구일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러면서도 나왔을 때 임팩트가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안은진과 유아인이 같은 소속사이다. 제가 알기론 안은진은 유아인이 평소 아끼는 후배라더라. 워낙 연기를 열심히 하고 태도가 좋으니까. 또 유아인이 정성주 작가님과 '밀회'를 했었기에 '종말의 바보' 시나리오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해 듣고 진짜 관심이 있는 게 맞나 싶어 연락을 취했다. 유아인이라면 안은진이 연기를 굉장히 편하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욕심을 부렸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냈다.

이어 그는 "안은진의 파트너로서 유아인이 좋은 호흡일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편하게 연기하더라. 유아인이 안은진한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준 걸로 알고 있다. 두 사람의 연기를 보며 설렘을 많이 느꼈다. 당시엔 잘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기만 놓고 본다면 만족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사실 유아인이 맡은 캐릭터가 해석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연출자 입장에선 뭔가를 돌파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 저래서 큰 배우이구나' 느낌을 받게끔 해내더라. 저 친구가 왜 저렇게 사람들한테 인기를 얻고 연기 잘한다 소리를 듣고 상을 받는지 알겠는, 그런 순간순간이 많았다. 좋은 선택이었고 고맙다. 작품을 마치면서의 제 심정이었다"라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종말의 바보' 감독 "유아인 캐스팅, 후회 없다" [인터뷰]
'원 픽' 안은진을 향한 특급 애정도 눈길을 끌었다. 김진민 감독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에서 안은진이 김대명을 기다리며 혼자 케이크를 놓고 모노드라마처럼 연기하는 신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얘 봐라? 혼자 잘 노네' 싶었다. 그 연기가 무척 자연스러웠다. 이 친구가 가진 대단한 포텐셜이 느껴져서, 이 배우랑 함께하면 뭐든 할 수 있고 충분히 녹아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냥 완전히 꽂혀서, 안은진 캐스팅은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다. '종말의 바보'가 엎어지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무조건 안은진을 먼저 섭외했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더불어 그는 안은진에 대해 "굉장히 설득력을 지닌 배우라, 연기력 면에서 강한 힘을 가진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악역도 잘할 거 같다"라면서 "안은진이 '종말의 바보' 촬영 이후 '연인'으로 잘 됐는데 100%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를 남들이 안 볼리 없다 싶었다. '종말의 바보'가 공개될 때쯤 그렇게 될 거라 봤는데 역시나 그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안은진이 시청자분들의 가슴에 와닿는 연기를 했다는 것 아니냐. 앞으로 훨씬 더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라고 가능성을 높이 샀다.

'종말의 바보' 감독 "유아인 캐스팅, 후회 없다" [인터뷰]
안은진의 혼신의 열연이 돋보였으나, 안타깝게도 '종말의 바보'는 작품성 면에서 호불호가 강하게 나뉜 바. 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결과는 뭐라 할 수 없고, '저게 결과이구나'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다. 약점, 강점이 있는 드라마임에 틀림없고 받아들일 부분은 겸허히 받아들여 다음 드라마를 할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반응들을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곱씹어 한 단계 나아갈 계기가 될 거라 느낀다. 그래서 아쉽다는 부분에 있어선 이상하다 느끼는 지점은 없다. 잘 될때 좋게만 받아들이고 안 될 때는 안 받아들인다면 비겁한 거 아니냐. 저는 다 똑같이 고마운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종말의 바보'는 굉장히 큰 경험을 한 기회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성숙한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실패를 통해 배운다기보다, 이러한 반응도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충분히 좋은 반응일 수 있다고 느낀다. 시청자분들이 호흡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만든 사람으로서 어떤 부분을 놓쳤을까 잘 점검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저도 늘 변해야 하니까. 저 자체가 안주하면 끝나는 사람이다. 그동안 선보인 넷플릭스 작품들은 저한테도 다 도전이었다"라고 열의를 불태웠다.

끝으로 김진민 감독은 "'종말의 바보'는 생존 가능성을 논하는 디스토피아물이긴 하지만, 그보다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너는 어떻게 살 거야' 하는 질문을 던져서 끌렸다. 작품 자체도, 대본도 이러한 좋은 질문이 담겨서 하겠다고 결심했던 거다. 물론, 시청자분들이 재밌어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 질문을 해서 좋았다' 생각해 주신다면 굉장히 고맙다는 마음이다. 제 편이긴 하겠지만 주위 분들한테는 '그런 생각을 했다' 대답을 들으면서 그래도 내가 크게 실수한 건 아니지 않을까, 싶더라. 이런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면 '종말의 바보'가 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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