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2030년 원전 셧다운"…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폐기되나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24.05.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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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인수저장시설에서 방폐물 드럼이 검사를 받고 있다.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인수저장시설에서 방폐물 드럼이 검사를 받고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 생태계의 생존 여부를 좌우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의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중재에 나서며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벌여왔지만 야당이 '탈원전 정책으로 회귀'를 주장하며 끝까지 몽니를 부린 탓이다. 이달 28일로 예상되는 5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조차 처리하지 못하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은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은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총 3건의 법안이 21대 국회에 상정돼 있다. 여야는 2022년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시작으로 해당 법안들을 11차례에 걸쳐 논의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여야는 최근 원내대표들간 협상을 통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야당 산자위 간사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규모와 관리시설 확보 시점 등 2가지 쟁점을 두고 이날 본회의 전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음에도 해당 상임위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법안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아쉽다"고 비판했다.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이달 28일로 예상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다. 이날에도 처리되지 못하면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은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되고 22대 국회가 열리면 처음부터 논의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현재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저장시설 규모'라는 것이 산중위 관계자의 귀띔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설계수명 중 발생량으로 하되 단서를 통한 예외 허용'이라는 중재안을 냈고 국민의힘도 조문을 추가해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회귀하지 않으면 특별법에 합의해 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모두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야당 쪽 모 산자위원이 윤석열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에)합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며 "국가 에너지 정책을 뒤흔들 수 있는 시급한 법안이기에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이달 23일 또는 28일쯤 열릴 것으로 보이는 본회의 전까지 최대한 야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들은 모두 해당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고리원전, 한울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할 전망이다. 이 경우 원전의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원전업계에선 근본 해결책인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을 짓지 않으면 원전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1978년 고리1호기 원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9차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윤석열정부는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 추진과 함께 2022년 7월 고준위방폐물 R&D(연구개발) 로드맵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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