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생기면 옆 도시로…"포항공대에 의대 신설" 교수 주장한 이유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5.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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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한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찾는 포항 미래 발전 포럼'에서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포스텍에 의과대학을 신설하자는 제안 문구가 화면에 나오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한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찾는 포항 미래 발전 포럼'에서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포스텍에 의과대학을 신설하자는 제안 문구가 화면에 나오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정부가 기존 의대의 정원을 2000명 늘리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대 '증원'이 아닌 '신설'부터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2일 경상북도·포항시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한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찾는 포항 미래 발전 포럼'에서 김철홍 포스텍(포항공대) 융합대학원 의과학전공 교수는 "포항시는 의대 증원보다 포스텍에 연구 중심의 의과대학을 새로 설립해주는 게 더 급하다"며 "입학 정원 50명 내외의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포스텍이 위치한 경북 포항시엔 현재 의과대학, 대학병원이 하나도 없다. 상급종합병원이 전국 47곳에 있지만 포항뿐 아니라 경북 전체엔 전무하다. 이 때문에 포항시에서 응급·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도시의 동국대 경주병원, 울산대병원 등으로 이송해야 하는 실정이다. 포항시청에서 동국대 경주병원까지는 30㎞, 울산대병원까지는 최소 75㎞로 자차로 이동하면 각각 30분, 1시간 20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경북지역은 산재환자 사망률이 17개 시·도 가운데 1위(2019년 기준)다. 반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지난해 12월 기준)는 서울이 3.61명으로 가장 많은데 경북은 1.41명으로 16위(포항시엔 없음)다. 2020년 골든타임을 놓친 중증 외상 환자의 54.4%가 사망했고, 생존자 중 63%는 장애를 떠안았다.



김철홍 포스텍 융합대학원 의과학전공 교수가 포스텍 내 의대를 신설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김철홍 포스텍 융합대학원 의과학전공 교수가 포스텍 내 의대를 신설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에 김철홍 교수는 "포스텍에 의대를 신설하면 과학을 하는 의사,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데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는 포스텍이 가진 과학·공학 연구 노하우에 의학을 접목하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식견이다.

김 교수는 이어 "포스텍 의대를 통해 의사과학자가 배출되면 이들이 단순히 병원에서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병원을 넘어서서 기계공학과 교수도,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은 해외에서 활발하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은 내과의 교수 인원이 공과대학의 2배 이상으로 많다. 또 미국 칼 일리노이 의과대학은 세계 최초로 공학 원리를 적용해 의학 개념을 학습할 수 있도록 통합 커리큘럼을 개발해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연간 의대 및 의전원 졸업생 약 3300명 가운데 단 1%만 의사과학자를 진로를 선택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데, 이 자체가 위기일 수 있겠지만, 바이오헬스와 의학, 디지털 공학을 융합하면 오히려 세계적인 기회일 것"이라며 "포스텍에 의대를 만들어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의사과학자를 양성하자"고 덧붙였다.


'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역 거점 의대 신설이 정답이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선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 국회의원,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박용선 경북도의회 부의장, 김성근 포스텍 총장,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지역의료혁신센터장, 김주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를 비롯 지역 R&BD 기관장, 관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2일 포럼 현장에서 포스텍 의대 신설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이강덕 포항시장이 2일 포럼 현장에서 포스텍 의대 신설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역 거점 의대 신설이 정답이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선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 국회의원,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박용선 경북도의회 부의장, 김성근 포스텍 총장,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지역의료혁신센터장, 김주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를 비롯 지역 R&BD 기관장, 관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정심교 기자'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역 거점 의대 신설이 정답이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선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정재 국회의원,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박용선 경북도의회 부의장, 김성근 포스텍 총장,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지역의료혁신센터장, 김주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를 비롯 지역 R&BD 기관장, 관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초격차의 경쟁력과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포항 중심의 지방시대를 견인할 포스텍 의과대학 신설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선 포스텍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바이오헬스 산업 활성화와 지역의료 혁신을 위한 방향과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맞췄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하는 기조 발표에서 "융복합 바이오테크가 미래 의료시스템을 결정짓는 바이오경제 시대에 들어섰다"며 "무엇보다 바이오헬스 산업과 연계한 의료체계 구축은 물론 연구·개발·사업화 기반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해 그 최적지로 포항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은 '지역 기반 바이오헬스 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가치사슬(Value-Chain) 관점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의사과학자와 같은 전문인력 양성, 임상시험·공동연구·사업화 등을 추진하는 전문기관 등 전주기 지원이 가능한 완성형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민구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을 주제로 "전국의 최상위 인재들이 의대로 집중하고 있어 임상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자연과학·공학 등 의과학 연구를 포함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 중심축을 담당할 '의사과학자'의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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