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PGA 정복한 '탱크'…소작농 아들서 골프 챔피언 됐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4.05.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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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MBC 9사 공동기획 특집 다큐멘터리 '세계 속의 한국인' 방송에 포함된 2002년 5월6일 미국 PGA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프로골퍼 최경주의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광주MBC' 캡처 MBC 9사 공동기획 특집 다큐멘터리 '세계 속의 한국인' 방송에 포함된 2002년 5월6일 미국 PGA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프로골퍼 최경주의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광주MBC' 캡처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한 최경주, 그는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22년 전인 2002년 5월6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매체 CNN 앵커는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탱크' 최경주의 PGA 투어 뉴올리언스 컴팩 클래식 우승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최경주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잉글리시 턴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컴팩 클래식에서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최경주는 마지막 퍼팅을 성공 후 아내에게 다가가 뜨거운 포옹을 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MBC 9사 공동기획 특집 다큐멘터리 '세계 속의 한국인' 방송에 포함된 2002년 5월6일 미국 PGA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프로골퍼 최경주와 그의 아내가 포옹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광주MBC' 캡처 MBC 9사 공동기획 특집 다큐멘터리 '세계 속의 한국인' 방송에 포함된 2002년 5월6일 미국 PGA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프로골퍼 최경주와 그의 아내가 포옹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광주MBC' 캡처
최경주는 대한민국 국적 선수로는 최초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대업을 이뤄냈다. 동양인으로서는 아오키 이사오(1983년 하와이 오픈), 마루야마 시게키(2001년 밀워키 오픈)에 이어 세 번째 PGA 투어 정복이다.



최경주는 우승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으로 처음 미국 무대에서 우승하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그 힘들다는 PGA 대회에서 데뷔 3년 만에 우승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당시 대회에서 최경주는 신발 뒤꿈치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필드를 누벼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PGA 투어에도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사실 전년부터 골프백에 태극기를 달고 다녔고, 미국 무대에서 언제나 한국인으로의 긍지를 갖고 뛰고자 했다"고 밝혔다.

2014년 골프 대회에 나선 '탱크' 최경주의 모습. /로이터=뉴스12014년 골프 대회에 나선 '탱크' 최경주의 모습. /로이터=뉴스1
최경주는 1970년 전남 완도군에 사는 소작농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탓에 최경주는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면 학비를 면제받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역도를 시작한 최경주는 완도수산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골프채를 손에 잡았다. 당시 완도수산고의 체육교사는 최경주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전문적으로 골프를 배우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골프에 흥미를 느낀 최경주는 본격적으로 프로골퍼가 되기 위한 노력에 나섰고, 서울 한서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후 군 복무 후 프로골퍼 테스트 준비에 돌입했고, 1993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입회에 성공했다.

최경주는 1995년 김현정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 실력이 만개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그는 1999년 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며 '큰물'인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2011년 프로골퍼 최경주가 제주도 핀크스 골프장에서 SK텔레콤과 함께 청소년 종합지원센터 '1318 해피존' 전북센터 설립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2011년 프로골퍼 최경주가 제주도 핀크스 골프장에서 SK텔레콤과 함께 청소년 종합지원센터 '1318 해피존' 전북센터 설립을 위해 1억원을 기부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모인 PGA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최경주는 2000년 미국에서의 첫 시즌에서 상금 랭킹 134위에 그쳤다. 하지만 최경주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고, PGA 데뷔 3년 만에 한국인 최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최경주가 PGA 투어 뉴올리언스 컴팩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의 아버지 최병선씨와 어머니 서실례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전남 완도군 고향 집에 모여 TV로 최경주의 모습을 봤다. 아버지 최씨는 아들의 우승이 확정되자, 언론 카메라 앞에서 "만세"를 외쳐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최경주는 사회 공헌 활동에도 앞장섰다. 그는 2008년 사단법인 최경주복지회를 설립해 골프 꿈나무들을 후원하고 있다. 육군 홍보대사를 맡아 국민의 국방 의식 고취에 힘쓰기도 했다. 최경주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남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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