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커피엑스포에 참여한 관계자가 커피 원두를 퍼내고 있다./사진=뉴스1
2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예측이 불가능해진 날씨와 더 건조해진 기후로 2023년부터 커피 작황이 악화하자 베트남 현지 농부와 중개인들이 커피 콩 공급 계약을 지키지 않고 물량을 비축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베트남의 날씨는 점점 더 불규칙해지고 토양도 보다 건조해지고 있다. 이 여파로 글로벌 커피 원두 공급 물량은 4년 연속 줄어들 전망이다. 베트남은 인스턴트 음료와 에스프레소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세계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커피 소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또 다른 주요 커피 글로벌 품종인 아라비카 원두는 가격 상승분이 소폭에 그친다. 그러나 인스턴트 커피를 만드는 타타컨수머 프로덕트 관계자는 "로부스타 가격이 한동안 변동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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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한 기아 라이 지방에서 6헥타르에 걸쳐 커피를 재배하는 응우옌 더 휴는 블룸버그에 "우리 농장에는 물이 없다"며 "더운 날씨로 인해 커피 농장에 흰깍지벌레가 들끓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가뭄이 계속되면 새 시즌에 팔 수 있는 새 원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두 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한 일부 농부들은 보유 물량을 시장에 풀지 않고 있다. 당장 과일 판매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농가들은 커피 원두를 더 많이 비축해 놓는다. 블룸버그통신이 7명의 원두 거래자들을 통해 집계한 결과 베트남은 지난해 10월 수확을 시작했지만 15만~20만톤 가량 계약물량을 인도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베트남 전역에서 수확된 작물의 약 10~13%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수출업체 시멕스코 닥 락 관계자는 이달초 호치민시에서 열린 회의에서 "끔찍했고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부온 마 투옷 커피협회 관계자는 "일부 수출업체들이 채무 불이행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그래도 아직 해외 고객에게 커피 원두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원두 구매자인 네슬레는 자사 글로벌 커피 생산공장에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선 베트남 외에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에서 더 많은 원두를 수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베트남 원두 수출업체들은 해외에서 원두를 사서 되팔아야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베트남 최대 수출업체 인티멕스그룹은 이번 달 베트남이 지난해 약 20만톤의 커피 원두를 수입해야했다며 올해도 그만큼 수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