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맛" "엄마가 준 건데"…난감한 이 상황, 왜 '탈룰라'라고 할까[샷집]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4.05.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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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건의 집현전]<4>탈룰라: 영화 쿨러닝 속 썰매 이름, 원래는 팀메이트 엄마 이름

편집자주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썩은 맛" "엄마가 준 건데"…난감한 이 상황, 왜 '탈룰라'라고 할까[샷집]


친구들과 간 캠핑에서 요리를 맛본 친구가 맛에 대해 항의를 합니다. "뭔 소스를 썼길래 썩은 맛이 나냐?" 풀 죽은 상대방은 "우리 어머니가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으라고 싸준 비법소스"라고 답합니다. 처음 말을 꺼낸 이가 의도치 않게 친구 부모님 욕을 한 꼴이 되면서, 급격히 태세를 전환합니다. "마트에서 파는 공산품 소스들과 다르게, 어머님의 사랑이 담긴 풍미가 느껴진다는 뜻이었어."

이런 상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흔히 '탈룰라했다'고 표현합니다. 처음 발언할 때 의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가족을 욕되게 해 난감하거나 이를 재빨리 수습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 '탈룰라'는 무려 30년 전 영화에서 처음 나온 단어입니다.



자메이카의 첫 봅슬레이팀이 결성된 당시를 그린 영화 '쿨 러닝'이 기원입니다. 마지막에 자빠진 썰매를 들고 자메이카 대표들이 트랙을 걸어올 때 관객 전원이 박수로 맞이해주는 장면이 유명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자메이카 대표팀이 첫 썰매를 갖게 되고, 썰매에 이름을 붙이기 위한 논의를 하면서 '탈룰라' 밈이 탄생합니다.

"썰매 이름으로 탈룰라 어때?"
(일동 웃음)
"2달러짜리 창녀 이름 같다. 어디서 따온 이름이야?"
"우리 어머니 성함이에요."
(잠시 침묵)
"좋다. 생각해보니 아주 예쁜 이름이야."



이때 나온 영화 속 '탈룰라'는 20여년이 넘게 지난 뒤 국내 온라인 게시판에서 '패드립'을 친 이들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필사적으로 상황을 수습하려 할 때마다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아무리 험악한 욕설이 오가는 온라인 게시판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가족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동방예의지국' 룰이 있기 떄문이지요.

이처럼 탈룰라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최소한 부모 욕은 하지 않으려는 누리꾼들의 '자정된 매너'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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