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가운데)이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방문해 고(故) 선우경식 원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뉴스1
책 가운데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부분에서 이 회장의 일화가 소개된다. 책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상무였던 2003년 6월 27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있는 요셉의원을 찾았다. 앞서 선우 원장이 같은 달 3일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다. 호암상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아호를 따서 만든 상으로, 국내외 각 분야에서 공헌한 인물들에게 매년 시상한다.
단칸방 안에는 술에 취한 남자와 맹장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아이 둘이 있었다. 저자는 "이 회장이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고 묘사했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의 모습을 처음 보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은 평상복 차림으로 몇번이나 요셉의원을 찾기도 했고, 선우 원장과 함께 사회공헌사업을 모색하며 '밥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숙인과 극빈자를 위한 밥집 운영을 위한 건물을 삼성전자가 짓기로 하고 몇 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항의로 결국 무산됐다.
이 회장은 요셉의원 방문과 후원 사실을 비밀로 하길 원했다. 때문에 이같은 선행이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다가 책이 출간되며 20년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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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원장은 1945년 평양에서 태어나 가톨릭 의대를 졸업했다.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로 수련한뒤 귀국했다. 이후 1987년 서울 관악구에 노숙자와 알코올 의존증 환자 등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의료시설 요셉 의원을 세웠다. 평생 무료 진료에 힘써오다 급성 뇌경색과 위암을 얻고 2008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